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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환송심, 삼성의 '변론' 넘어선 '호소'…경제계 "위기 심각"
입력: 2019.12.07 00:00 / 수정: 2019.12.07 00:4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세 번째 재판이 6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파기환송심 2차 재판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이선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세 번째 재판이 6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파기환송심 2차 재판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이선화 기자

'해 넘기는' 이재용 재판, '팔다리 묶인' 삼성 위기 고조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의 파기환송심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되면서 삼성의 연말연초 계획 수립 및 시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6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세 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과 삼성 변호인단이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과 관련,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는 날이었던 만큼 양측 모두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3년여의 시간 동안 법정 공방을 이어 온 삼성 측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국정 농단 사건과 연루된 다른 여타 그룹과 마찬가지로 청와대(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수동적인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

이날 역시 변호인단은 앞서 치러진 1, 2심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직간접적인 청탁이 없다'고 판단한 각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곱씹으며 재판부를 향해 "다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수동적이고, 비자발적 지원을 했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 측의 항변이 수년째 지속되는 사이 삼성 안팎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특히, 마지막 법정 라운드인 파기환송심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되면서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피로도 역시 그 강도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매년 12월 첫째 주 계열사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지만, 올해는 그 시기와 규모조차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더팩트 DB
삼성전자는 매년 12월 첫째 주 계열사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지만, 올해는 그 시기와 규모조차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더팩트 DB

실제로 지난 10월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이 시작된 이후 그 여파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내년 경영 구상의 정지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 정기 임원 및 사장단 인사는 그 시기와 규모조차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매년 12월 첫째 주에 계열사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첫 사장단 인사 역시 그해 12월 6일 치러졌다. 그러나 올해는 공교롭게 같은 날 이 부회장이 집무실이 아닌 재판정에 출석하는 처지가 됐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걸쳐 경영 전략을 구체화하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 앞에 놓인 대내외 불확실성과 처리가 시급한 과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한 한일 무역 갈등 역시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세 역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높이며 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모자라 총수의 재판 리스크까지 더해지는 사이 삼성과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는 업계 1위 대만의 TSMC는 17년 만에 달러 환산 시가총액이 삼성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힌 사이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세 역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월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힌 사이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세 역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월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경제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직면한 이 같은 위기가 예고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 재계 관계자들은 "재판의 결과에 따라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에 또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조직재편을 비롯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과 인적 쇄신 등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 측에서도 이미 지난 8월 이례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안팎에 산재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삼성은 지난 8월 29일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고,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라며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을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선 역시 삼성 측의 호소와 맥락이 다르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총수가 전면에 나서며 수백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공언하고, '상생'과 '소통'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거취조차 장담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는 이 같은 미래 전략은 '풍전등화'일 뿐이다"라며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계가 처한 현재의 위기 상황은 특정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네 번째 재판은 내년 1월 17일 오후 2시 5분에 열린다. 이날 재판에서는 손경식 CJ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손 회장의 증언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후원금과 마필 구매비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와 협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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