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제2회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최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맞소송'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성락 기자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이진하·윤정원·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조붕구 키코 대책위원장, DLF 피해자 기자회견서 발언
[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2019년 마지막 달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한 주도 경제계에는 다양한 소식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금융업계에서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 기자회견에 깜짝 인물이 등장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가구 공룡' 이케아의 국내 세 번째 매장 오픈 소식이 들렸고, 건설업계에서는 한남3구역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먼저, '세기의 이혼'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노소영 '이혼 맞소송'에 재계 술렁…당사자 최태원은 '신중·부담'
-먼저 재계 소식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 있었는데요. 바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입니다.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으로, 현재 최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이죠.
-맞습니다. 노 관장이 주목받은 건 "이혼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인데요.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죠. 노 관장은 이러한 입장 변화와 함께 위자료 3억 원,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주식 42.29%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했습니다. 금액으로는 1조4000억 원 규모죠. 이는 최 회장이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리고 노 관장과의 이혼을 요구한 지 4년 만입니다.
-그렇군요. 노 관장의 페이스북 글이 공개된 직후 최 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취재진과 마주했다던데,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이 행사에는 최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죠. 노 관장의 '이혼 맞소송' 바로 다음 날 최 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는 만큼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는데요. 취재진은 최 회장이 재산분할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 주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최 회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죠. "노 관장의 요구대로 재산분할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미소를 띠기도 했지만, 입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혼 맞소송'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내놓기 부담스러웠을까요?
-자신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 등을 고려한다면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최 회장의 입장입니다. 이날 최 회장은 취재진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눈을 피해 행사장을 급하게 빠져나갔는데요. 우선 노 관장의 재산분할과 관련한 정확한 내용이 아직 최 회장 측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내용이 검토된 이후에도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은 계속 '신중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재판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군요.
-네. 노 관장의 재산분할 요구로 이번 재판은 '세기의 이혼 재판'으로 불리게 됐는데요. 법원은 부부가 함께 노력해서 형성된 재산만 분할 대상으로 봅니다. 재계에서도 재판부가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에 어디까지를 이들의 '공동 재산'으로 판단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죠.
노 관장 측은 "SK 전신인 선경이 SK그룹으로 성장하는 도약대가 됐던 이동통신 시장 진출 등에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 적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부분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최 회장 측은 "그룹 주력 사업 성장과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경제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노 관장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는데요. 노 관장이 아트센터 나비 관장으로 재직하며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한 반면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이들의 이혼 소송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DLF피해자대책위원회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붕구(사진)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이 참석해 발언했다. /정소양 기자 |
◆ 조붕구 키코 대책위원장, DLF 피해자 기자회견에 나타난 이유는
-이번에는 금융권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지난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열렸죠. 역대 최고 수준의 배상 비율로 많은 집중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분조위 개최 전 DLF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면서요.
-네, 지난 5일 DLF 피해자대책위원회(피해자비대위)는 금감원 분조위 개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DLF는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라며 "일괄배상을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현장에 DLF 피해자 외 특별한 인물이 등장했죠. 조붕구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상품) 공동대책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나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키코 사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키코 사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치솟자 파생금융상품 키코에 대거 가입했던 수출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줄도산한 사건입니다. 키코 상품은 일정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율이 상한선 이상 또는 하한선 이하로 내려가면 환손실을 입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은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이를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대법원이 지난 2013년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라고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키코 재조사를 강력하게 추진하며 사태는 재점화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조 위원장은 DLF 사태 기자회견장에서 무슨 말을 했나요?
-이날 조붕구 위원장은 DLF 사태 발생에 대해 검찰이 조사를 착수하고 강력히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위원장은 "10년 전 DLF와 같은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도산하고, 임직원이 뿔뿔이 흩어지는 등 피해를 입었고, 좌절했다"며 "키코 사태 당시 이에 대해 단죄해달라며 검찰, 국회 안 다닌 곳이 없지만 여태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키코 사태에 이어 금융권은 대상만 기업에서 개인으로 바꾸며 키코와 같은 DLF 상품을 내놨다"며 "키코 사태의 단죄가 없었기 때문에 DLF 사태가 다시 반복됐다. 지금 DLF 사태가 단죄되지 않고서는 제3, 제4의 금융사고가 또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군요. 오는 12일에는 키코 사태에 대한 분조위가 열리죠?
-네, 분조위를 추진한 지 6개월 만에 열리는 것입니다. 분조위 조정 대상 은행은 신한·산업·우리·하나·씨티·대구은행 등 6곳이고 피해 금액은 150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11년 전 사태인 만큼 해당 분쟁조정이 빨리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정부가 건설사들의 과도한 수주경쟁으로 위법 우려를 낳은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한남3구역 재입찰이 점쳐지는 가운데 수주전에 뛰어들 예정인 건설사들은 입찰제안서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 '화려한 옵션' 사라진다?…한남3구역서 촉발된 '하향 평준화'
-한남3구역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남3구역 수주를 놓고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세 건설사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정부까지 나섰는데요.
-네,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을 두고 건설사 간의 혈전이 펼쳐지자 지난달 11일부터 14일까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합동점검을 벌였습니다. 정비사업 입찰과정에 대한 최초의 현장점검이었는데요. 최근 정부는 시공사 재입찰까지 권고했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 되길래 정부까지 나선 건가요?
-정부는 사업비 및 이주비 금융비용 무이자 지원, 특별품목 보상제, 분양가 보장 등을 약속한 것이 위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GS건설의 경우 한남3구역 조합원에게 반분양가 3.3㎡당 7200만 원과 조합원 분양가 3.3㎡당 3500만 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림산업은 임대 제로(0) 아파트를 제안했고요. 현대건설은 분담금 유예, 컨시어즈 특화 등을 내세웠습니다.
-결국 한남3구역은 시공사 재입찰 수순을 밟게 되는 건가요?
-조합 측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제안한 내용 중에 최근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 단속에서 위법사안으로 지적된 조항들을 삭제한 뒤 그대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는 방안과 재입찰 방안을 놓고 고민해왔는데요. 최근 조합원 전용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재입찰로 조합 진행부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성이 워낙 뛰어난 지역이라 눈독 들이는 건설사들이 많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한남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향후 인접 재개발 지역에서도 사업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건설사들 사이에 다시 한남3구역을 두고 눈치싸움이 불붙는 분위기입니다.
-책잡히지 않으려면 입찰에 참여하려는 건설사들은 제안서를 치밀하게 꾸려야겠는데요.
-네.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줄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되면 조합원들로서는 정부의 이번 제재가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네. 건설사와 정비사업조합은 어차피 도급제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혁신설계 없이 경미한 변경을 적용한 아파트만 지어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관행처럼 제공했던 서비스긴 한데 정부가 하지 말라네요?'라는 식의 건설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군요. 이러한 부분이 건설업계의 '하향 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 대표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오픈을 앞둔 기흥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
◆ 이케아 '차별성' 강조하는 얼굴 뒤에 숨은 '안정성' 우려
-유통업계에서는 '가구공룡' 이케아의 국내 세 번째 매장 오픈 소식이 들렸죠. 오는 12일 경기 용인시에 '기흥점'을 낸다는 소식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올해 연간 방문객이 전년보다 20만 명이 줄어드는 등 성장이 둔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케아가 이를 회복하기 위해 외형 확장에 나섰습니다. 기흥점 오픈에 이어 내년에는 부산에 동부산점과 서울에 도심형 매장도 오픈할 계획입니다. 확장의 첫 단추가 될 기흥점인 만큼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었는데요. 이케아는 인근 상권의 특징을 분석해 주요 타깃 층을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으로 삼았습니다. 어린이 체험공간을 늘리는 등 타 매장과의 차별화도 꾀했습니다.
-그렇군요. 타 매장과는 차별화한 매장이라니 취재 열기가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이케아의 비전과 기흥점을 소개했는데요. 발표를 마친 프레드릭 대표와 안예 하임 기흥점장에 많은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새 매장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어떤 질문이 나왔나요.
-안전성 문제가 이날에도 역시 거론됐습니다. 조립식 가구를 판매하는 만큼 그간 이케아는 끊임없이 안전성 문제에 시달려왔습니다. 특히 이케아의 '말름 드레서' 서랍장 제품은 '어린이 사망사고'로 유명합니다. 현재까지 총 8명의 아이가 이케아 서랍장에 깔려 사망했습니다. 사망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이케아는 이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관련 제품을 리콜(회수) 조치했습니다.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논란은 국내 소비자에 대한 차별 문제로도 번졌습니다. 이케아는 사고 발생 후 미국에서 즉시 리콜 조치를 시행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같은 제품의 리콜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떠밀리듯이 리콜을 시작했습니다.
-관련 논란은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케아의 리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케아가 지난 4월 리콜을 발표한 서랍장 가구(858개)는 그간 단 한 개도 수거되지 않았습니다.
-한 기자는 이날 프레드릭 대표에 "서랍장 관련 안전성 이슈가 불거진 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기흥점 인근에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소비자들이 많다. 안전성 관련 대책이 있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프레드릭 대표는 "안전을 항상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안전에 위해가 갈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리콜 조치하겠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라별로 달랐던 리콜 조치에 대해서는 "과거 서랍장 리콜 논란과 관련해서는 나라마다 안전 관련 법규가 달라 리콜 실시 여부가 차이 났던 것"이라며 "만약 그 나라 법에 따라 리콜이 필수적이 아닐 경우에는 자사가 안전상의 문제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고 판단되면 리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케아가 기흥점 주요 타깃층을 '아이 키우는 가정'으로 삼은 만큼, 안전과 관련된 어떤 이슈도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