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발트 계약은 '윤리'에 초점…최근 소송전 기우에 불편한 심기 드러낸게 아니냐는 시각도[더팩트 | 이한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소송전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연말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세계 1위 코발트 생산업체 스위스 글렌코어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를 장기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코발트 3만 톤을 글렌코어로부터 구매하는 계약으로 순수 전기차 30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코발트 구매 과정에서 윤리적인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글렌코어가 이번 계약을 통해 매년 제 3자의 기관으로부터 광물 관련 글로벌 협의체인 'RMI'의 '코발트 정제 공급망 실사 표준'에 따라 코발트 생산 과정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는데 합의한 데 따른다.
SK이노베이션의 연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보폭을 넓히는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또한 2일에는 중국에 두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에너지와 손잡고 10억5000만 달러(약 1조2400억 원)를 투자해 장쑤성 옌청 등 유력 후보지에 신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첫번째 중국 배터리 공장인 중국 창저우 배터리 공장이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두 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내년 초 상업생산에 돌입할 헝가리 코마롬 배터리 공장 등의 안정화를 통해 2021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관련 행보가 불리해진 소송전 기우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코발트 3만 톤 구매 계약을 발표하며 '윤리'에 초점을 맞추는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시각이다.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소송은 양 사의 비방전으로 이어지며 향후 배터리 사업의 시장 지위 확보에 사활을 건 소송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소송전이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과 법정 모독 행위를 했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요청에 ITC가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최근 ITC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조기패소 판결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증거인멸 주장은 근거가 없고 최근에 이와 관련한 답변서를 ITC에 제출했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 수요에 맞춰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배터리 사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확보해 고객들의 니즈에 대응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