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국내 시장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양사 대표가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면서 이들이 받아들 성적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왼쪽부터 강희석 이마트 대표, 롯데마트 문영표 대표. /각사 제공 |
이마트, 마트·브랜드 수출 투트랙 vs 롯데마트, 점포 수 확대 집중
[더팩트|이민주 기자] 국내 대형마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국내 시장 불황 타개책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 대표가 '동남아 시장 선점'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서로 다른 전략을 제시한 가운데 이들이 받아들 성적표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시장의 불황과 각종 규제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사가 동남아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이 시장이 갖는 성장 가능성과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은 국내 시장보다 관련 규제의 벽이 낮고 영토가 넓다는 특징을 가진다. 여기에 경제 성장으로 구매력도 높아지는 추세며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와 수요가 높다.
목표로 삼은 지역은 같지만, 양사의 시장 진출 전략은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이마트는 마트를 출점하는 한편 '노브랜드', '센텐스' 등 이마트가 보유한 브랜드를 현지 기업과 손잡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출점하고 있으며, 롯데마트는 마트 수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먼저 이마트는 '상품 직접 수출'과 프랜차이즈를 통한 '브랜드 수출'의 투트랙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매장 출점에 있어서는 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신중히 임하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베트남 지역에 마트를 내는 한편 동남아 지역에 전문점 브랜드 센텐스, 노브랜드 매장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현지에 내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에 문을 연 센텐스 매장. /이마트 제공 |
이마트는 지난 10월 22일 필리핀 마닐라 지역에 기초화장품 브랜드 '센텐스' 매장을 열었으며 지난달 22일에는 같은 지역에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 '노브랜드' 전문점 1호점을 개점했다. 매장 운영 및 개발은 현지 유통 2위 기업인 로빈슨스 리테일에 맡겼다.
현재 동남아 지역 이마트 매장은 1개(베트남 호찌민)이며 내년에 2호점 출점을 준비 중이다. 향후 매장 수를 5~6개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베트남에 올해 1400억 원을 투자하고 내년 1700억 원, 2021년 1500억 원 등 장기적으로 총 46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마트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 마크로 19개 점을 인수하며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주도인 반둥지역에 인도네시아 48호점 '찌마히점'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롯데마트 글로벌 186호점이다. 롯데마트는 연내 인도네시아 빠칸사리점과 뜨갈점을 추가 오픈해 총 50개 점포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베트남 진출도 같은 해인 2008년 시작했으며, 지난달을 기준으로 점포 수는 14개가 됐다. 이번 달 중으로 나트랑 해변가의 골드코스트몰에 베트남 15번째 점포를 낼 예정이다.
양사의 동남아 진출 전략을 놓고 업계도 엇갈린 평가를 내놓는다. 이마트 성공적 몽골 진출 사례를 근거로 이마트의 전략적 우위를 점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점포 수를 앞세운 롯데마트의 강세에 무게를 싣는 곳도 있다. 다만 롯데마트의 공격적 출점과 관련해서는 중국 사드 사태를 언급하며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앞서 진출한 몽골 지역에서도 마트와 노브랜드, 센텐스 등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 몽골 매출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37% 늘어난 7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제공 |
이마트는 몽골 지역에 진출하면서 노브랜드, 센텐스, 데이즈 등 자체 브랜드 매장을 선보인 바 있다. 이마트 몽골 매출액은 2017년 530억 원에서 지난해 720억 원으로 37% 늘어났다. 이마트는 지난 2013년 홍콩 유통업체 파캔샵에 PB 상품을 공급하면서 상품 직접 수출 사업을 시작했으며, 수출 시작 6년 만에 수출액인 100배, 수출국은 20여 곳으로 확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직접 진출에 더해 노브랜드 등 경쟁력 있는 사업을 간접 진출하는 형태로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라며 "실제 이마트가 먼저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한 몽골 지역에서는 이미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트랙 전략으로 안정된 수출 판로를 확보하고 PB(자체제작)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등의 효과를 거둔 만큼 동남아 지역에서도 이같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사업 진출은 리스크가 큰 반면 프랜차이즈 등 간접 진출이 리스크가 적은 편"이라며 "해외에서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부분은 각종 규제 등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베트남의 경우만 보더라도 정부 반부패 운동의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가 멈추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사업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 사업만 놓고 본다면 점포 수가 많은 롯데마트가 매출액에서 우위를 점할 것. 롯데마트가 발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며 "다만 해외 사업의 경우 해외 현지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리스크가 있다. 실제 사드 여파 전 중국에서 110여 개 매장을 운영했던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을 철수하면서 1조2000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