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하우시스 민경집(왼쪽) 대표가 2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후임은 강계웅 부사장이 맡게 된다. /LG하우시스 제공 |
지지부진한 성적표 '예고된' 수장 교체?
[더팩트|이진하 기자] LG하우시스 민경집 대표가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LG하우시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민경집 LG하우시스 대표는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고 강계웅 LG하우시스 부사장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LG하우시스 측은 회사 수장 교체 배경과 관련해 "성장 잠재력 중심의 성과주의와 LG Way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우수한 젊은 인재 발굴에 초점을 두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세대교체' 기조에 발을 맞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LG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단행한 정기 인사를 살펴보면 전 계열사에 걸쳐 만 60세가 넘는 임원진이 대폭 50대 인사로 물갈이됐다. 새 사령탑을 맡게 된 강계웅 부사장 역시 1963년생으로 56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이사 교체가 사실상 LG하우시스의 지속된 실적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LG하우시스는 창호, 바닥재, 자동차 부품 원단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종합 건자재 기업이다. 건설 경기와 자동차산업 등 전방산업의 침체와 주요 원재료값(PVC, MMA) 상승 여파 등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민경집 체제' 전환 이후 회사가 받아든 성적표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LG하우시스의 매출액은 2조81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0.8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1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61.56%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며 -426억 원을 기록했다.
LG하우시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1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2조186억 원으로 4.02% 뒷걸음질 쳤다. /더팩트 DB |
그나마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의 경우 41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2조186억 원으로 4.02% 뒷걸음질 쳤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LG하우시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 6월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LG하우시스의 장기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신평은 "운전자금 확대와 연평균 2000억 원 이상의 설비투자로 인해 잉여현금창출이 이뤄지지 않아 LG하우시스의 재무안전성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회사의 부채비율 역시 186.93%로 지난해(173.76%)보다 13.17%p 증가했다.
안팎에서 불거진 잡음도 민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지난 2018년 하반기에는 '청주 옥산공장 사내 따돌림'으로 직원이 자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LG하우시스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내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은 없다"며 "조직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 간의 갈등일 뿐"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경집 대표에 대한 비난의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LG하우시스에서 생산한 단열재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의 2020년 정기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50대 CEO와 30대 임원 발탁이라는 파격 인사의 기준점은 바로 '성과'다. 실제로 LG생활건강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계열사에서는 CEO 교체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라며 "LG하우시스의 대표 교체 역시 이 같은 성과주의가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jh31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