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두 번째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유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
'오너 같은 전문경영인' 장기집권, 스스로 용퇴 가능성도
[더팩트ㅣ성강현 기자]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두 번째 인사가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이다. 오는 28일 유력하다. 당초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사의를 기점으로 무성했던 '세대교체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나머지 5인(차석용·하현회·조성진·권영수·신학철)의 부회장단이 유임되는 등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위와 같이 말하며 인사는 끝까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LG그룹을 이끄는 주력계열사 부회장단은 유임 목소리가 높다. 다만 '15년 CEO'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강조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차석용 부회장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는 하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차석용 취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차석용 부회장이 눈부신 성장을 이끈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LG생활건강은 과거 사업구조가 생활용품에 쏠려 있었지만 차 부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화장품·음료·생활용품 삼각편대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생활건강은 올해도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한 5조6721억 원의 매출과 12.9% 늘어난 935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수장 차석용 부회장의 성적표는 존재감이 뚜렷하다. 결국 인사 원칙인 성과주의에 입각한다면 연임이 유력시된다.
◆ 성과주의 원칙 입각 시 유임 가능성, '눈부신 성장 이끈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세대교체론에 힘이 실리면 실적만으로 연임을 장담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LG생활건강 15년 장기집권'을 끝내고 세대교체를 위한 구광모 회장의 교체 결단이나 차석용 부회장 스스로 용단을 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2011년 12월 그룹 역사상 첫 외부 영입 인사로 부회장에 올라 '15년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차석용 취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차석용 부회장이 눈부신 성장을 이끌었다. /더팩트 DB |
문제는 물리적인 나이다. 물론 물리적 나이가 전부일 수는 없다. 나이는 젊지만 마음이 늙은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그래도 오너 아닌 전문경영인 차석용 부회장의 나이는, 인사권자에게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953년생인 차석용 부회장은 올해 66세로 부회장 중 가장 연장자다. 작년에 퇴진한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공교롭게 차 부회장 현 나이에 물러났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스스로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9월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힌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1955년생으로, 두 살 많은 차석용 부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63세 동갑이다. 권영수 ㈜LG 부회장은 이들보다 한 살 어리다. 박진수 전 부회장 이어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신학철 부회장은 권영수 부회장과 같은 나이다.
물리적 나이와 별개로 차석용 부회장이 오랫동안 수장을 꿰차면서 내부 인사가 적체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로 올라가는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LG생활건강을 떠난 40대 전 LG맨은 "차석용 부회장이 15년 CEO를 맡다보니 손발 맞는 인사가 자리를 계속 꿰차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면서 이직의 배경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가 덧붙인 말은 다음과 같다. "정년 보장을 받지 못하는 '계약직' 임원 승진을 바라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샐러리맨에게 임원 승진은 미래가 아닌가."
결과적으로 차석용 부회장이 15년째 이끄는 LG생활건강에서는 미래를 그리기 어려워 '이직'했다는 얘기다. 인사권자인 구광모 회장이나 장기집권 차석용 부회장 모두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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