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32주기 추도식에 3년 만에 참석했다. /뉴시스 |
이재용 삼성 부회장 3년 만에 호암 추도식 참석…경영 위기 돌파 의지
[더팩트ㅣ용인=이성락·이민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32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선대회장의 숭고한 창업 정신을 되새겼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기존의 틀과 한계를 뛰어넘자"며 그룹 총수로서 위기 돌파 의지를 밝혔다.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이병철 선대회장의 32주기 추도식이 진행됐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지난 1969년 종업원 36명, 자본금 3억3000만 원으로 소기업 삼성전자공업을 창업한 뒤 지금의 삼성전자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도약시킨 신화적 경영인이다.
이날 추도식은 최근 몇 년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참석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과거 매년 추도식에 참석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부터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2016년 추도식까지 행사를 주도했다. 하지만 30주기였던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되면서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해외 출장 일정 탓에 추도식 일주일 전에 개인적으로 미리 선영을 찾아 고인의 뜻을 기렸다.
이재용 부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취재진은 이른 아침부터 호암미술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경비는 삼성 노조 시위 등으로 인해 더욱더 삼엄해진 모습이었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 차량들이 줄지어 호암미술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민주 기자 |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오전 10시 30분쯤 도착했다. 같은 시간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태운 차량도 호암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삼성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선대회장의 창업 정신을 기리기 위해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총출동했다.
홍라희 전 관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선영에 약 1시간 머무른 뒤 자리를 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사장단과 함께 점심까지 머물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추도식을 주도하며 삼성가 '맏이'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사장단과 오찬을 가졌다. 추도식에 참석한 사장단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는 의미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마련한 자리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전 계열사 사장과 같은 자리에 모인 건 지난 2010년 사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가족을 대표해 추도식에 참석한 분들께 점심을 대접하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경영에 임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선대회장님의 사업 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일본의 수출 규제, 반도체 경기 불황, 각 사업별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메시지도 남겼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뛰어넘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이날 추도식이 열리는 호암미술관 선영에 가장 먼저 도착한 오너 일가는 이재현 회장이었다. 이재현 회장은 오전 9시 36분쯤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딸인 이경후 CJ ENM 상무와 함께 참석했다. 이재현 회장은 약 30분 동안 선영에 머무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간대 선영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화합'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호암 추모식은 과거 범삼성가의 공동 행사로 20여 년 동안 진행됐지만, 지난 2012년부터 시간대를 달리해 진행했다. 이재현 회장의 선친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삼성과 CJ 인사는 시간 텀을 두고 선영을 찾았다. 그러나 지난해 7년 만에 이재현 회장이 오전에 선영을 찾아 '관계 진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당시 삼성 출신 박근희 부회장이 CJ그룹에 합류한 것이 두 회사 관계가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으로 꼽혔다.
호암의 기제사는 추도식 이후 이날 오후 장손인 이재현 회장 주재로 CJ인재원에서 열린다. 기제사는 2010년까지 생전 고인이 살았던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열리다 2011년부터 CJ인재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하고 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