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중 KDB생명 예비 입찰…투자의향서 제출 없어 일정 차질[더팩트│황원영 기자] KDB생명(옛 금호생명)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연내 KDB생명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며 수십억 원대의 성과급까지 걸고 나섰지만, 보험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특히, 그간 제시했던 매각 금액의 절반 수준을 제시했음에도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중 KDB생명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LOI를 제출한 곳이 없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30일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올해 안에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와 그 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가 보유한 보통주 약 8800만주다.
이달 초 LOI를 접수 받고, 입격적격자 선정을 거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게 산업은행의 계획이다. 이 회장의 계획대로라면 2020년 초에는 매각 작업이 종료된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사모펀드(PEF)를 통해 KDB생명을 인수했다. 매각대금은 6500억 원이다.
이후 산업은행은 2014년 2회, 2016년 1회 등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입찰자가 제시한 인수가액이 최저입찰가액을 밑돌면서 매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번째 매각에 도전하면서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달라진 모습을 시장에 보여준다면 과거와 달리 인수합병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겠냐"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매각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도 여느 때보다 높았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참석해서 KDB생명의 매각가를 시장에서는 2000억 원에서 8000억 원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즉, 2000억 원에도 KDB생명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조금 더 받겠다고 (KDB생명을) 안고 있는 것보다는 원매자가 있을 때 파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매각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KDB생명 매각 성공 시, 사장급 경영진에게 최저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모럴 해저드'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만큼 KDB생명에 대한 매각 의지가 간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KDB생명에 수천 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도 매각 의지를 불태우는 요인이지만,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될 경우, 대거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내년 초까지 매각작업이 마무리 돼야 하는 이유다.
산은은 네 번째 도전 앞서 KDB보험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실제 KDB보험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은 2017년 말 108%에서 올해 2분기 232.7%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당초 업계 내에서는 KB·우리 등 금융지주와 사모펀드가 KDB생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는 물론 중국계 사모펀드도 인수전 참여에 주저하고 있다.
KDB생명의 총자산은 19조2984억 원(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 생보사 중 13위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지주가 KDB생명을 인수해도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보헙업황 악화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고금리 확정상품이 역마진을 기록하는 등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회계제도 변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몇 천 억을 들여 인수할만한 메리트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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