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철강 기업이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
공급과잉으로 공멸 우려 '외국인 투자제한 시급'
[더팩트|이진하 기자] 철강업계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중국 철강 생산량이 예상 범위를 넘어서면서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청산강철과 밍타이그룹 등 중국 철강업계가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철강업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가 올해 상반기 추진했던 중국 철강기업 청산철강과 밍타이그룹 등의 한국 진출 모색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며 철강업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같은 날 박명제 의원(자유한국당, 포항남·울릉)이 국가 기간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을 골자로 하는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은 '국가의 안전과 공공질서의 유지에 지장을 주는 경우'와 '대한민국의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에 외국인투자를 제한해 놓았을 뿐이라 한계점이 있었다. 때문에 국가 기간 전략산업 등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규제방안이 없는 실정이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이슈가 됐던 중국 '청산강철'이 부산시에 대규모 스테인리스 공장을 짓겠다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국내 진출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국 밍타이그룹도 전남 광양에 알루미늄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는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과잉이 심화돼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실제 지난 5월 대전과 충청지역의 향토기업 길산그룹은 부산 미음산단에 청산강철과 스테인리스 냉연강판공장 합작 신설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하면서 철강업계의 분노를 샀다.
6일 박명재 의원은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전에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며, 포항제철소 냉연부 제품이다. /더팩트 DB |
당시 길산그룹의 스테인리스 강철 업체인 길산파이프와 청산강철이 5대 5 투자로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올해 하반기 연간 60만 톤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착공한다는 내용이다. 청산철강과 길산그룹이 생산하겠다고 밝힌 물량은 내수시장 규모의 57%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로 두 기업은 60만 톤 가운데 국내 수입 물량에 해당되는 3~4만 톤을 내수 시장용으로, 나머지는 56~57만 톤은 수출용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철강협회는 지난 5월 부산시에 모여 부산시의 투자유치계획 백지화를 요청했다. 협회 측은 성명을 통해 "청산강철이 한국 내 생산거점을 마련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냉연 업계는 고사되고 실업률은 올라가는 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 국내 스테인리스냉연 업계에 청산강철이 저가 열연 및 외투기업 세재혜택을 무기로 냉연제품을 대량 판매할 경우 국내 수요 전체를 잠식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며 투자유치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다. 여기에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 국내에 중국 기업이 들어오게 되면 국내 관련 업계에 공용되고 있는 약 5000여 명의 일자리가 위협될 뿐만 아니라 산업자체가 공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명재 의원은 "주요국들이 철강산업과 같은 국가 기간 전략산업에 대해 다양한 이유로 외자투자를 제한하고 있지만 국내법의 경우 그 근거가 미약하다"며 "외자투자가 이뤄지기 전에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국가 기간산업 및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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