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됐다. 사진은 명동에 걸린 코리아세일페스타 현수막. /한예주 기자 |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첫날…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각자도생'
[더팩트|명동=한예주 기자] 연중 최대 '쇼핑 성수기'라 불리는 11월의 첫날.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관광 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막을 올렸다.
행사 시작 전부터 참여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던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도 코세페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흥행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이 같은 기대와 사뭇 달랐다. 이미 진행 중이던 정기세일과 병행해 코세페가 묻히거나, 코세페와 행사날짜를 맞춰 자체 행사를 진행해 구색만 맞추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행사 관련 안내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아쉽다.
코세페 자체에 대한 인식과 홍보도 모자랐다.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에 '코세페를 알고 있냐'는 질문을 하자 "처음 들어본다" "들어본 적은 있는데 오늘부터냐" "다른 행사랑 뭐가 다르냐" 등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앞세워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코세페의 본 의도를 올해 행사가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5회째를 맞는 코세페가 꾸준히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는 이유다.
◆ "같은 행사라고요?" 각기 다른 이름에 고객 '혼란'
1일 <더팩트> 취재진이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미아점을 방문한 결과 백화점 3사가 모두 짧게는 하루, 길게는 열흘까지 코세페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선 롯데그룹은 오는 7일까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 10개 유통 계열사가 총 1조 원 규모의 물량을 준비한 '롯데 블랙 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2일 단 하루 백화점, 이마트, SSG닷컴 등 그룹 18개사가 참여하는 쇼핑 이벤트 '대한민국 쓱데이'를 열고, 현대백화점그룹도 오는 10일까지 해외패션·모피·패딩·리빙 등 총 200여 개 상품군의 대형 행사인 '코리아 현대 페스타'를 진행한다.
문제는 각 업체마다 '롯데 블랙 페스타' '대한민국 쓱데이' '코리아 현대 페스타' 등 각각 다른 행사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많은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정기 세일과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백화점들이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가의사를 밝혔지만 각각 행사명이 달라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1일 롯데백화점 본점에 에스컬레이터 앞에 있는 롯데 블랙 페스타 입간판. /한예주 기자 |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20대 한 남성 고객은 "오늘부터 코세페가 시작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롯데 블랙 페스타로 이름이 달라서 롯데백화점은 (코세페에) 참여 안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만난 20대 여성 고객도 "오늘 실검에 쓱데이가 자꾸 떠 찾아보고 들렀다"며 "누구라도 쓱데이가 코세페 행사인지는 모를 것 같다"고 답했다.
◆ 5회짼데 여전히 '홍보 부족'…행사내용 확인 어려워
일부 젊은 고객층을 제외하고 코세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들어본 적은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코세페라는 용어를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40대 한 여성 고객은 "일교차가 심해진 요즘 날씨 때문에 아이들 겨울옷을 장만하러 백화점에 들렀다"며 "세일을 한다는 연락은 받아 오긴 했지만 그게 코세페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50대 한 남성 고객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할인율이 세지 않아 없어진 줄 알았다"고 언급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해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홍보에 문제가 다시금 제기됐다. 1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부착된 '대한민국 쓱데이' 홍보 현수막. /한예주 기자 |
백화점 안에서도 세일 품목이나 할인율 등 코세페 관련 안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행사 첫날이 평일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마케팅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은 각층 에스컬레이터 옆에 블랙 페스타를 홍보하는 입간판이 있었지만 오히려 며칠 전부터 진행 중인 '롯데백화점 40주년 행사'에 대한 홍보가 더욱 많아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블랙 페스타와 40주년 행사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백화점 역시 1층 입구부터 부착돼있는 48주년 관련 홍보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나 코세페 관련 행사 내용은 어디서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신세계는 건물 외관에 3사 중 가장 큰 홍보 포스터를 붙이기는 했으나 코세페와 시기만 비슷하게 맞춘 자체 행사였다. 그마저도 백화점 안에서는 안내를 찾기 어려웠다.
1일 현대백화점 미아점 입구에서는 현대백화점 48주년을 홍보하는 마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코세페와 관련한 홍보는 찾기 어려웠다. /한예주 기자 |
◆ '정기세일 대체제' 전락…변화 목소리 커져
업계에서는 코세페가 매년 이맘때쯤 하던 가을 정기세일의 대체제처럼 됐다고 입을 모은다. 참여 업체를 늘리고 '억지 세일'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민간 주도로 변화를 줬지만 여전히 고객들은 백화점 정기세일과의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50% 안팎의 신상품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화끈한 이벤트를 펼친다. 특히, 최대 90%의 재고떨이 행사도 열어 코세페와는 할인율 차이가 엄청나다. 작년 코세페 행사를 살펴보면 신상품의 할인율은 10~30%, 재고상품은 50%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제조업체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코세페는 여전히 유통업체 중심으로 연중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자체 할인 이벤트 수준의 할인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변화가 있지 않다면 계속 똑같은 수준의 행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