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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환송심] "죄송합니다" 소명 앞선 총수 이재용의 사과
입력: 2019.10.26 00:00 / 수정: 2019.10.30 14:5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서울고등법원=이새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서울고등법원=이새롬 기자

재판부 "이재용, 기업 총수로서 할 일 하라" 이례적 당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지막 법정 공방인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앞두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1심 때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과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인 변호인단은 사건 쟁점의 유무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대신 양형에 관해서만 변론에 나서겠다며 전과 다른 행보를 예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는 메시지조차 생략한 채 사과에 나선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 변호인단의 방어 전략 변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오전 10시 10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열렸다. 627일 만에 재판정 피고인석에 앉은 이 부회장은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남은 10여 분 동안 옆에 앉은 변호인과 대화도 하지 않은 채 정면만 응시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몇 차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이 한 말은 인정 신문 과정에서 이름과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는 답변이 전부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 판결 이후 627일 만에 다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이새롬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 판결 이후 627일 만에 다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이새롬 기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향후 재판 절차와 관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존중하는 만큼 해당 부분에 관해서는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양형에 관해 변론을 집중하겠다는 게 변호인단 측의 설명이다. 2심 때까지 마필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두고 특검과 전면전을 벌여왔던 전례를 고려하면 상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태도 변화가 집행유예 판결을 고려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을 때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미 353일 동안 수감생활을 했고,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횡령액 전부를 변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작량감경' 적용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나왔다.

작량감경이란 법률상의 감경 사유가 없어도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을 고려했을 때 법률로 정한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될 경우 법관 재량으로 형량의 상한과 하한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으로 뇌물 규모가 5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나더라도 판사의 재량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의 하한형(징역 5년)의 절반인 징역 2년 6개월의 집행유예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삼성 내부에서 감지되는 변화도 눈에 띈다. 대법원 선고 당시 삼성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이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수면에 오른 이후 공식적으로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근 정부 주도의 굵직한 행사 때마다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나라 경제 살리기에 이바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치러진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과 지난 10일 충남 아산 탕정 사업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확실한 1등'을 자신한 지 5개월여 만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13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공언하며 "중소기업과 상생,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토대로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8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과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을 당시 삼성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지난 8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과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을 당시 삼성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에 총수가 연루된 기업 모두가 '대통령의 강요와 협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그러나 삼성 만의 뚜렷한 차별성도 있다. 바로 정부 경제 정책 기조에 발맞춰 전사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그 어느 때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내부 변화에 속도를 높이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부 각성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날 이 부회장이 던진 사과 메시지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삼성 측의 태도 변화 외에도 이날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이례적으로 당부의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 결과 여부를 떠나 국가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대기업 총수로서 공정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 이바지하라는 게 골자다. 물론 지금까지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횡령 및 뇌물 범죄 등 위법행위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병폐라는 점도 꼬집었다.

예상치 못한 재판부의 '깜짝' 발언에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견해를 내비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법조계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내부 각성과 반성', '기업 총수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이날 발언이 앞으로 다뤄질 핵심 쟁점에 대한 재판부의 법리 해석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한편,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은 다음 달 22일 오후 2시 5분에 열린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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