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마무리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CEO가 딥 체인지의 수석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 제공 |
SK, 제주서 CEO 세미나 마무리…최태원 회장 '행복 경영' 전 계열사로 공감대 확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고경영자(CEO)가 딥 체인지의 수석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는 2020년 경영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CEO를 결정권자 또는 책임자로 규정하지 않고 '수석 디자이너'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딥 체인지를 가속화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8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CEO들은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딥 체인지 실행,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행복'을 주제로 'CEO 세미나'를 진행했다. 'CEO 세미나'는 SK그룹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올해 경영 성과 및 내년 경영 목표 등에 관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CEO 세미나'에는 최태원 회장 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의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7개 위원회 위원장, 각사 CEO와 임원 등 총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CEO들에게 딥 체인지를 가속화하기 위해 디자인역량을 발휘해줄 것을 주문했다.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CEO들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딥 체인지는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뜻하며 최태원 회장은 2016년 'CEO 세미나'를 통해 딥 체인지 실천 전략 중 하나로 '더블보텀라인'(DBL)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SK그룹 경영 철학으로 자리 잡은 DBL은 기업이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사회적 가치 추구에서 나아가 고객·임직원의 행복을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딥 체인지를 이룰 수 있다는 '행복론'을 강조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비즈니스 모델 진화·전환·확장, 자산 효율화, 인적 자본 확보 등 딥 체인지의 모든 과제가 도전적인 만큼 기존의 익숙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디자인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성공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라는 '행복 경영의 가설'을 소개한 뒤 "이 가설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CEO들이 지속적으로 전념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태원 회장은 또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듯 행복을 추구할 때도 정교한 전략과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각사가 수립 중인 '행복 전략'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최 회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모두의 행복을 지키려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며 "딥 체인지를 이끌 디지털 전환 속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인적 자본 강화에 SK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CEO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활용·사회적 가치 추진 등을 통해 고객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혁신 전략을 한층 가속화하기로 했다. 또한, SK 구성원이 행복해야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그 실천 방안인 이른바 '행복 전략' 실행과 인적 자본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CEO들은 "4차산업혁명, 지정학적 불안정성 심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딥 체인지 가속화 외 다른 해법이 없다"는 최태원 회장의 말에 공감하고 △‘행복 전략’ 고도화 △SKMS(SK경영관리체계) 개정 △사회적가치 성과 가속화 △SK 유니버시티를 통한 딥 체인지 역량 육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대식 의장은 "SK의 행복 경영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행복 전략'을 자신감 있게 추진해 SK를 더욱더 행복한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진행된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
구체적으로 SK그룹은 'CEO 세미나'에서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 때 발표한 사별 '행복 전략'을 1차 업그레이드한 개선안을 공유하고, 향후 중점 추진할 개선 방향과 실행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CEO들은 앞으로 고객의 범주를 산업 내 가치사슬 전·후방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각사는 나아가 특정산업 영역 내 경쟁우위 제품·서비스 공급자에서 고객 및 이해관계자 니즈 충족 및 문제해결 주체로서 기업의 정체성을 바꿔 나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또 AI∙디지털 전환 등 혁신 기술 및 R&D, 사회적 가치 등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 중인 사례들을 공유하고 장애 요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SKMS와 관련해서는 '구성원의 행복'을 경영의 지향점으로 삼고,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함께 추구한다는 내용을 담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CEO들은 향후 14차 SKMS 개정 시 사회적 가치가 곧 이해관계자의 행복임을 명시하고,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SV위원회는 발제를 통해 구성원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아졌으며, 이러한 인식수준 제고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적 가치의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어 비즈니스 모델 혁신 가속화를 위해 사회적 가치 비전과 중점 추진 영역, 핵심 원칙 등을 담은 그룹 차원의 '사회적 가치 추진 체계' 수립을 제안했고, CEO들은 추진 방향에 공감을 나타냈다. SV위원회는 추가 논의 등을 거쳐 내년 중 추진체계를 완성하기로 했다.
이밖에 내년 1월 출범하는 'SK 유니버시티' 밑그림도 세미나에서 공유됐다. SK 유니버시티는 인적 자본 축적 및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통합 교육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최태원 회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설립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SK 유니버시티 교육과정은 AI·디지털 전환·사회적 가치·글로벌·리더십·매니지먼트·행복·디자인 등 8개 분야에 걸쳐 450여 개 과정이 1차 개설된다. 내부 임원, 외부 교수진, 실무 전문가, 상근 연구원 등이 교수진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구성원들이 업무 시간의 10%, 연간 200시간 이상 학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중이다. 구성원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를 위해 SK는 전용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으며, 기존 연수 시설 등 6~7곳을 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행복 전략' 등 그룹 차원의 경영 현안 추진 전략에 대한 CEO들 간 공감대가 확장됐다"며 "앞으로 딥 체인지 실행력이 한층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