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17일 내려진다. /더팩트 DB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운명의 날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 1년간 롯데의 '경영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위기에 직면했다. 17일 내려지는 대법원 선고 결과에 따라 리스크 '해소 또는 심화' 등 재계 5위 롯데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오전 11시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신동빈 회장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하고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취득했다는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다.
1·2심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를 인정해 유죄로 결정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강압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판단했다. 다른 경영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줬다는 일부 배임 혐의만 유죄로 보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도한 범행에 가담한 정도라고 봤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0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에 따라 상고심 판결에서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가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수동적 범행'이었는지가 다시 한번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 배임 및 증여세 포탈 등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한 무죄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건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점에서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반면 신동빈 회장은 유죄가 선고됐다. 이 때문에 이날 대법원에선 이재용 부회장 사례와 같이 뇌물공여 혐의 자체에 대해 유·무죄를 다투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 입장에서는 2심 판결 그대로 집행유예 확정을 받아 신동빈 회장의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더팩트 DB |
신동빈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놓고 법조계뿐만 아니라 재계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총수 위기 상황이 이어지면 투자·고용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이러한 점이 자칫 경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당시에도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단을 한다면 신동빈 회장은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부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형량을 놓고 긴 법정 다툼을 재차 벌여야 한다는 의미다.
파기환송 판결을 피하고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구속 우려 없이 경영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 경우 리스크를 덜어낸 신동빈 회장이 그룹 최대 현안인 지배구조 개편, 글로벌 사업 확장 등 '뉴롯데' 완성 작업에 더욱더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하며 경영 복귀를 알렸다. 이후 롯데지주 내 화학부문을 편입하고 금융 계열사를 정리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또 숙원 사업인 롯데케미칼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을 가동하는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나둘 마무리하고 있다. 현재는 보폭을 넓혀 신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의 글로벌 행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최대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은 내년쯤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선고가 임박하자 롯데 내부에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별도 언급 없이 '지켜보자'는 기류이지만, 경영 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겉으론 차분해 보이지만, 내부에선 대책과 관련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