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여의도점-토르 드라이브,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파일럿 테스트 진행[더팩트|여의도=이민주 기자] 이마트가 첨단 기술과 유통 사업 간의 연계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자동결제가 가능한 미래형 편의점을 연 것에 이어 이번에는 이마트 근거리 배송 서비스에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하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지난 15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범 운영을 위해 이마트는 자율주행기술 전문 스타트업 '토르 드라이브'와 손을 잡고 여의도점 배송 차량으로 '일라이고(eil-go)' 1대를 도입했다.
16일 방문한 이마트 여의도점 고객센터 앞에서 '자율주행 근거리 배송 서비스 키오스크'를 볼 수 있었다. 이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이 근거리 배송을 신청하면 자율주행 차량 일라이고가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키오스크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배송가능 지역은 여의도 소재 아파트 두 곳이었다. 서비스 시간은 출발을 기준으로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오후 4시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서비스 시간은 비교적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를 고려해 정해졌다.

신청 방식은 간단했다. 키오스크 터치스크린의 '신청하기' 버튼을 누른 후 개인정보보호에 동의하면 수령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아파트 내 지정된 장소에서 고객이 직접 받는 것을 원할 경우 '고객 직접 픽업'을 집 앞에 물건을 두길 원할 경우 '집 앞 배송'을 선택하도록 해놨다. 신청을 완료하자 신청일시, 배송 책임자 번호 등이 적힌 종이가 출력됐으며 곧이어 '무인배송 신청이 접수됐다'는 카카오톡 메세지를 받아볼 수 있었다.
키오스크 옆 쪽으로는 배송 상품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측량용 상자와 신선식품을 담을 수 있는 보냉가방이 놓여있었으며 시범 운영기간 동안 서비스 신청 고객에 보냉가방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안내 중이었다. 무인배송 담당자는 "어제까지 일라이고를 통해 근거리 배송을 신청한 고객은 6명이었다. 고객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서비스를 체험해보겠다 하셨다"며 "보냉가방을 무료로 제공하고 시범운영 기간 동안 금액과 관계없이 근거리 배송을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문을 접수한 직원과 함께 일라이고가 세워진 곳으로 향했다. 포드사의 트랜짓 커넥트 모델을 개조한 일라이고는 뒷자리 좌석이 없이, 이 곳에 짐을 싣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직원이 차량 주유구 위 쪽에 설치된 동그란 모양의 스크린에 QR코드를 인식하자 짐칸이 열렸으며 이 곳에 짐을 싣었다. QR코드는 고객이 배송 서비스를 신청할 때 생성된다.
자율주행 차량이지만 배송 시 일라이고에는 총 2명이 탑승한다. 현행법 상 자율주행차량에도 운전자가 탑승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운행요원 1명과 배송 서비스를 하는 요원 1명이 앞좌석에 탄 채로 배송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마트 측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아파트 입구까지는 자율주행으로 운행한 뒤 아파트 단지 내부에서는 수동 모드로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라이고 조수석에 앉자 앞 쪽으로 두 개의 모니터가 보였다. 한 모니터는 일라이고 주행 방향을 표시하고 있었으며, 한 모니터는 일라이고 주변 도로와 교통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라이고 위에 설치된 카메라와 라이더(센서)가 실시간으로 인식한 내용이 모니터에 표시되는 구조로 왼쪽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일라이고의 현재 위치와 전후방에 위치한 장애물, 도로 구획이 세세하게 표시되고 있었다. 주차된 일라이고 옆으로 차량이 접근하자 모니터 상에 빨간 물체 모양이 표시돼 움직였다.
일라이고는 11시 30분 주차된 장소를 출발했다. 출발 후 맞닥들인 사거리에 많은 차들이 정차해있었지만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차선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빨간불 신호를 인식한 일라이고가 정차했다가 파란불이 되자 다시 출발했다. 일라이고는 주차 구역으로 진입하기 전 깜빡이를 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르 드라이브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시범 운행을 실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주행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이들과 노인이 많은 장소의 특성을 고려해 수동 모드로 주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배송 혁신 트렌드에 발 맞춰 고객들에 미래 쇼핑 환경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무인배송이라도 운행요원이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의 인건비 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요원이 배송 서비스에 전념할 수 있는 만큼 고객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배송 가능지역에 주택가를 포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