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엇갈린 주장' 대웅제약-메디톡스, 염기서열 분석결과도 달라
  • 정소양 기자
  • 입력: 2019.10.16 11:34 / 수정: 2019.10.16 11:34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일부를 공개한 가운데 양사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며 대립이 더욱 심화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본사 외관. /대웅제약, 메디톡스 제공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일부를 공개한 가운데 양사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며 대립이 더욱 심화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본사 외관. /대웅제약, 메디톡스 제공

美 ITC에 제출한 양사 전문가 보고서도 정반대[더팩트 ㅣ정소양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 전쟁'이 재점화됐다. 사실 여부를 가려줄 것으로 기대됐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에 대해 양사가 정반대 해석을 내놓아 양측의 대립이 더욱 심화된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지난 15일 ITC 재판부에 제출한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전혀 다른 분석 결과를 밝혔다. ITC 재판부는 지난 7월 양사의 균주를 각사가 선임한 전문가에게 제공해 감정시험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메디톡스 측 전문가는 지난달 20일, 대웅제약 전문가는 이달 11일 각각의 보고서를 ITC에 제출했으며, ITC 재판부는 이르면 이달 말 재판을 시작할 계획이다. ITC는 오는 2020년 10월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전쟁'의 사실 여부를 가려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두고 양사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또다시 정면충돌했다.

ITC 재판부 판결이 나오기 전에 법정 공방의 핵심이 될 시험 보고서 일부가 먼저 공개된 것도 이례적인데다, 같은 보고서의 결론이 공개됐음에도 양사의 입장(해석) 차이가 커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본래 해당 보고서는 보호명령에 의해 별도로 지정된 법률대리인 외에는 열람이 불가능하지만, 이번 공개는 양사 법률대리인들이 별도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

대웅제약 지정 전문가는 두 회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가 다르다고 결론 내렸지만, 메디톡스 지정 전문가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균주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에서 유래했다고 분석했다.

대웅제약 측에 따르면 메디톡스 균주와의 직접 비교를 통해 다양한 부분에서 양사의 균주가 차이를 보임을 입증했다. 메디톡스가 사용한 유전적 변이(SNPs) 분석을 포함한 전체 서열분석이라 신뢰도가 높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특히, 유전자 차이를 볼 때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진 16s rRNA 유전자 염기 서열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양사의 균주는 전혀 근원이 다른 균주임을 과학적으로 최종 입증했다"며 "이로써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은 무의미해졌다. 메디톡스의 음해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임을 다시 한번 명백히 입증한 만큼, 빠른 시일 내 소송을 마무리하고 메디톡스에게는 그동안의 거짓말과 무고의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공방을 벌여왔다. 현재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사진 왼쪽)을,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각사 제공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공방을 벌여왔다. 현재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사진 왼쪽)을,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각사 제공

반면에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는 전혀 상반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에서 유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유전적 변이 정보와 균주 조상과의 비교가 가능한 SNPs 분석법을 통해 양사 균주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혈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균주와 홀A하이퍼 균주가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공통의 유전적 변이들(SNPs)을 통해 대웅제약 균주가 한국 자연환경에서 분리동정됐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우린 균주의 같고 다름을 분석하는 데 있어 1대1로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 변이 정보를 파악해 같은 자손인지 알 수 있는 과학적 분석법을 시행한 것"이라며 "각사 균주의 고유 유전자 정보가 담긴 전체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전체 염기서열이 공개되면 모든 게 명백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ITC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두 회사 모두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나올 ITC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업체는 상당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나보타'의 허가를 받아 5월 '주보'라는 제품명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정식 출시했다. 또한 지난 1일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나보타'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으며 내년부터 유럽에도 '누시바'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메디톡스 역시 중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의 허가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 허가 심사를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11월 중으로 허가 심사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양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공방은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됐다"며 "두 회사 모두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현재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 싸움 결과에 따라 패소한 회사는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해외 진출이 막히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 등으로 막대한 돈이 나갈 수 있어 회사에게도 치명적일 것이다. ITC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 회사 간 갈등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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