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고문을 부정하게 위촉해 각종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황창규 KT 회장이 11일 오전 7시 10분 경찰에 출석했다. /이새롬 기자 |
황창규 KT 회장 경찰 출석…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 수사
[더팩트ㅣ경찰청=이성락 기자] 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을 받는 황창규 KT 회장이 경찰에 출석했다. 자진 출석한 황창규 회장은 공개 소환을 상징하는 '포토라인' 없이 그대로 조사실로 들어갔다.
황창규 회장은 11일 오전 7시 10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자진 출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 소환과 관련해 시간을 특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스스로 출석해 그때부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창규 회장을 상대로 전직 정치인 등을 경영고문으로 선임해 자문료 등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보수를 지급하고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황창규 회장이 이른 아침 출석한 데다 경찰이 미리 소환 시점을 외부로 알리지 않는 비공개 소환을 택하면서 '포토라인'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직 포토라인 및 공개소환 폐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경찰청 내부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최근 분위기를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황창규 회장을 상대로 경영고문을 위촉한 경위와 이들의 역할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이성락 기자 |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사전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후 민갑룡 경찰청장도 7일 "같은 정부 수사기관으로 기조에 맞춰야 할 것 같다"며 포토라인 및 공개소환 폐지를 예고했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정치권과 경찰, 공무원 출신 등 14명에게 고액의 자문료를 주며 로비에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KT새노조와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지난 3월 황창규 회장의 업무상 배임과 횡령, 뇌물 등의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에는 황창규 회장이 전직 정치인 등 권력 주변 인물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총 20억여 원의 보수를 지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가운데는 부적격자가 있었을 뿐 아니라 경영고문들이 각종 로비에 동원됐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 4월 해당 사건을 수사하도록 경찰에 지휘를 내렸다.
이재연 KT새노조 KTCS 지회장이 11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이성락 기자 |
경찰은 지난 7월 분당에 있는 KT본사와 KT 광화문지사 등을 이틀에 걸쳐 압수수색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경영고문 위촉 과정의 배임 혐의를 밝힐 자료를 확보하려는 차원"이라며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의혹의 정점에 있는 황창규 회장을 "10월 내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 중인 중대범죄수사과는 황창규 회장 측근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 부문장(사장) 등 주요 핵심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이날 황창규 회장이 소환되면서 수사는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KT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에 대한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연 KT새노조 KTCS 지회장은 경찰청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KT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사법부의 처벌만이 부패한 KT를 고칠 수 있다"며 "공정한 채용과 비리 없는 사회를 바라는 시민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KT 사건 수사는 사회 정의가 작동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