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산업 부진 지속·'히타치케미칼' 인수 불발로 글로벌 확장 제동[더팩트|이진하 기자]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화학설비 증설에 따른 화학제품의 수익성 악화로 3분기 역시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석유화학산업의 부진한 시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의 주요 제품인 폴리에틸렌(PE)마진이 전분기 대비 6% 하락해 올레핀과 아로마틱스 사업부 모두 감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3분기 실적은 매출액 3조9894억 원으로 직전분기 보다 1.1%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3355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직전 분기 대비 3.1% 하락한 수치를 전망했다.
또 유통과 화학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롯데는 배터리·반도체 핵심 소재 업체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공을 들었으나 불발되면서 순수 화학 분야에 당분간 머무르게 됐다. 롯데는 당초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통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히타치케미칼 인수가 불발되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2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히타치케미칼과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 측은 지난 8월 히타치케미칼 매각 예비 입찰에 참여한 롯데케미칼에 사실상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 탈락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쇼트리스트는 인수후보들이 제시한 가격 등 조건을 평가해 본입찰에 참가할 자격을 주는 '1차 관문'이다.

이번 쇼트리스트에는 전략적 투자자(SI)인 일본 화학업체들을 비롯해 일본 측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은 8조 원에서 최대 15조 원으로 거론되는 대어다.
히타치케미칼은 롯데그룹이 편입하지 못한 전자재료사업부와 비슷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분야와 반도체칩을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덮는 커버인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분야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순수 화학 분야에 주력했던 롯데케미칼이 히타치케미칼 인수로 전기전자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분야에 진입할 기회였으나, 인수 실패로 당분간 글로벌 사업 확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인수 실패 요인에 대해서는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은 가격 외 여러 조건이 평가됐기 때문에 최근 냉랭해진 한·일 관계도 간접적인 탈락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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