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K, 애칭가스 사용량 줄이기 나서… 한정적 재고 탓[더팩트│최수진 기자] 반도체 업계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업계의 거래처 다변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좀처럼 수출 허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양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재고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 한국을 상대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감광제), 애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종에 대한 수출 규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수출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일본 소재 공급처가 일본 정부에 규제품목 허가 심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 심사 기간은 최장 90일이다. 규제가 시작된 7월에 수출 심사를 요청했다면 10월까지도 허가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소재 수출 여부가 결정되고 있지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달 들어 한 건의 수출 허가도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수출 허가만 이뤄졌으며 SK하이닉스에 대한 수출 허가 건수는 없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7일과 20일에 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고, 지난달 30일에는 규제 이후 처음으로 애칭가스 수출을 허가했다.
문제는 허가 결정이 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체 형태의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을 승인했지만 액체 형태의 불화수소는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이용하는 것은 액체 불화수소다.
이에 기업들은 해당 소재의 사용량 줄이기에 나섰다. 특히, 애칭가스에 대해서다. 웨이퍼를 깎아내는 식각 공정 및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 공정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재고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회당 사용량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일정량을 사용해야 할 경우 사용 횟수를 늘리는 방법도 적용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소재를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규제 시작 이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확보하고 있는 소재 재고가 바닥나지 않도록 사용량을 조절하고 있다. 거래처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만족할 수준의 결과물이 나온다면 바로 양산을 시작할 준비도 하고 있다. 업계의 재고량이 한정적인 만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성과는 연내, 빠르면 내달 중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거래처 다변화는 단기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중장기적 문제이기도 하다"며 "장기적으로도 거래처를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 기조에 발맞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각도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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