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글로벌 회장 겸 글로벌투자전략고문(GISO)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섰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그의 '과감한 베팅'이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제공 |
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국내 굴지의 기업들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기업과 경쟁사 인수로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 수익성만 보고 들어온 재무적 투자자 등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의 목적도 다양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오너의 투자 성격과 인수 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투자 귀재' 박현주 회장, 해외 부동산 넘어 항공업까지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증권업계에서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글로벌 회장 겸 글로벌투자전략고문(GISO)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해외 부동산을 넘어 항공업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박 회장의 공격적인 베팅이 이번에도 통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예비입찰 마감 막바지 깜짝 등장에 업계는 놀란 눈치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융자본이기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인수할 수 없어 FI로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을 약 1조5000억~2조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각은 인수자가 최대주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31.05%)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지주사로 전환해 자금이 제한적이어서 다른 투자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박현주 회장이 어떤 '통 큰 베팅'을 할지가 이번 인수전의 주요 관심사다. 그는 지난 2015년 KDB대우증권 인수전 당시에도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2조4000억 원대 응찰액을 제시하며 2조 원을 제시한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지주를 꺾었다. 대우증권과 합병으로 업계 4위에 머물던 미래에셋증권을 단숨에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약 8조 원(올해 상반기 기준)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프라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계열사로 구성된 미래에셋컨소시엄은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 중인 미국 내 15개 고급호텔 입찰에 참여했으며 배타적 협상권을 확보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내 자본의 해외 부동산 딜 중에서 최대 규모다.
증권업계 자산 규모 1위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인프라 투자 사업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기업 인수합병(M&A), 부동산시장 등 다양한 투자 기회를 엿보며 '빅 딜'을 노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제공 |
이 밖에도 국내 증권사 해외 부동산 투자 사상 가장 큰 규모인 1조 원짜리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지분투자, 홍콩 구룡반도 오피스빌딩 메자닌(중순위) 대출에 2억4300만 달러(약 2908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만 해도 굵직한 해외 오피스와 리조트 등 부동산에 대한 통 큰 투자를 단행하며 '투자의 귀재'다운 남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투자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주 업무"라며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참여 역시 같은 맥락의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현주 회장을 먼저 언급하며 "회장님이 해외 투자 사업 등에 관심이 많으신 것은 맞지만서도 항공업 자체에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셨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박현주 회장이 현대산업개발과 맞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이미 면세점과 호텔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항공 산업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초대형 IB 미래에셋대우는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함으로써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가 과거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를 통해 항공업에 간접투자하던 방식에서 직접투자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이 있다"면서 "금산법 24조에 따라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20% 이상 소유 시 금융위 승인이 필요한 부분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두 번 다시없을 국적항공사 인수 기회이긴 하지만, 인수가격과는 별개로 대규모 부채를 짊어지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상당 기간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도 "다만 항공기 리스, 보험 등 금융사가 가져갈 수 있는 이권이 상당하기 때문에 희귀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다"고 분석했다.
시장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은 약 1조5000억~2조 원 안팎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래에셋대우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통 큰 베팅'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지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
◆아시아나항공 야망 품은 박현주 회장…숨겨진 배경·진실은 따로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회장은 앞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고위관계자와 접촉해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또 박 회장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으로 친분을 유지해 오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딜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이 지난해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세계 각지 IB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굵직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 딜에 있어서 워낙 큰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대상으로 올라오자 내부에 인수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박 회장이) 정 회장과 오랜 기간 잘 알아온 사이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두 사람이 긴밀히 만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로의 비즈니스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의기투합하기로 결정했을 터"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IB 사업부 내 결정"이라면서 선을 긋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를 "정부의 눈을 의식한 인수전 참전 결정"이라며 조심스레 밝혔다. 그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박 회장이) 워낙 인프라 투자에 관심이 많지 않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욕심내는 것도 이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약 10조 원에 달해 (미래에셋대우가) 인수할 경우 국가의 빚을 떠안게 되는 셈"이라면서 "혹여 최종적으로 인수를 하지 않게 되더라도 예비입찰 참여만으로도 공정위원회를 비롯한 당국에 좋은 인식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 CS증권은 다음주 중으로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6~8주간의 실사를 진행하고 오는 10월 말~11월 초 본입찰에 나선다. 올해 안에는 주식 매매계약 체결 등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비롯해 애경그룹, KCGI, 스톤브릿지캐피탈, 사모펀드로 알려진 한 기업 등 총 5곳이 참여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가격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은 매각 과정 중간에라도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우수한 재무여력을 가진 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이미 인수전 초반부터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결과야 지켜봐야겠지만 탄탄한 자금력과 신사업 확장을 노리는 대기업의 합심으로, 이들을 꺾을만한 곳은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