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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전②] 채형석 애경 부회장, '자금력 부족' 꼬리표
입력: 2019.09.06 06:00 / 수정: 2019.09.06 06:00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도전한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의 자금력을 우려하고 있다. /더팩트 DB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도전한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의 자금력을 우려하고 있다. /더팩트 DB

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노리는 기업과 경쟁사 인수로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 수익성만 보는 재무적 투자자 등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의 목적도 다양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오너의 투자 성격과 인수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그룹 재도약 노리는 채형석…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 기대되지만 부채는 부담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모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그룹의 재도약을 노린다. 하지만 채 총괄부회장의 도전에는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앞서 애경은 항공산업에 진출할 때도 역경이 있었지만 채 총괄부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항공운송 사업은 그룹의 주력으로 폭풍 성장했다. 채 총괄부회장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는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을 비롯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일명 강성부 펀드) 컨소시엄, ,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이 응찰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은 약 2조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을 노리는 기업과 사모펀드 운용사 가운데 애경그룹은 항공운송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연관성이 높다. 애경그룹의 자회사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주항공의 매출은 3130억 원으로 LCC 업체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제주항공에 이어 진에어는 2140억 원, 티웨이항공 1819억 원, 에어부산 1650억 원 순이다.

애경그룹의 사업분야는 화학부문(애경유화, 애경화학), 생활용품(애경산업), 항공운송(제주항공), 백화점(AKSND), 부동산(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등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애경그룹의 총 매출액 4조1304억 원에서 제주항공의 매출은 1조2593억 원으로 30.4%를 차지했다. 매출 1조6265억 원을 기록한 화학부문 다음으로 그룹 내 비중이 높다. 올해 2분기 제주항공의 매출은 7058억 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33.8%를 차지했다. 7893억 원을 기록한 화학부문과 격차도 좁히는 중이다.

제주항공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등장한 LCC는 국내 항공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LCC는 태생 자체에서 한계점을 드러낸다. LCC는 4시간 이내 단거리 노선 운항에 최적화돼 있다. 국적기와 달리 상대적으로 간소한 기내서비스와 좁은 좌석 등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단거리 노선에 집중한다.

제주항공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주도와 같은 짧은 거리 노선에 초점을 맞춰 출발했다. 지금은 동북아와 동남아 등으로 노선을 확대하며 한계를 극복하고 있지만 유럽,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은 불가능하다.

채형석 총괄부회장 입장에서는 잘나가는 제주항공을 더욱 키우기 위해 국적기 인수만큼이나 좋은 기회는 없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와 노선을 한꺼번에 확보해 항공 업계 선두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대형항공사로 도약과 함께 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을 모두 합해 항공기 보유 대수만 150대에 이르는 대형항공사로 변모한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을 약 2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팩트 DB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을 약 2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팩트 DB

◆ 애경 자금력 부족, '승자의 저주' 우려도

문제는 돈이다. 인수전에 등판한 기업들 가운데 자금력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애경은 수개월 전부터 유통 대기업을 끌어들여 자금력을 보완하려고 했지만 뜻을 함께하지 못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금액을 2조 원대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은 2분기 기준으로 1조3099억 원이며 현금성 자산은 2013억 원이다. 애경그룹은 많게는 1조 원가량을 외부에서 끌어들여야 한다. 애경그룹의 총 자산 규모는 5조2000억 원이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과거 항공산업에 뛰어들 때도 초기 투자비가 너무 큰 탓에 그룹의 반대에 부딪혔다. 제주항공은 우여곡절 끝에 2006년 6월 첫 취항을 시작했지만 5년 내내 적자에 허덕였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제주항공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을 롯데에 넘기는 결단을 내렸다. 채 총괄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제주항공은 현재 그룹을 이끄는 자회사로 성장했다. 채 총괄부회장의 뚝심과 정확한 판단이 지금의 제주항공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이 인수하는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돈을 빌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경우 재무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월 연결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59.5%이며 부채는 7조 원에 달한다.

한편,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지난해 구로에서 홍대로 본사를 이전하고 본격적인 '홍대 시대'를 열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홍대 시대' 애경의 첫 M&A이며, 그룹의 도약을 위한 도전이다.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승부사' 채 총괄부회장의 인수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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