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플랜트 부진하자 국내로 눈 돌린 'SK건설'[더팩트|이진하 기자] 올해 재개발 사업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현장설명회를 시작으로 시공사 선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는 기존에 거론됐던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외에 무게감이 떨어지는 SK건설이 깜짝 등장하면서 배경과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SK건설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사들이 삼성물산과 함께 이른바 업계 '빅5'로 불리는 쟁쟁한 건설사들로, 냉정하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 인근에서 열린 현장설명회에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SK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수주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국내 주택사업보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 주력한 SK건설이 수주전에 뛰어든 것이 눈에 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총사업비는 약 1조9000억 원으로 국내 재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규모가 크다보니 시공사들은 수주전이 컨소시엄 대결로 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SK건설도 사업성을 적극 검토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주택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건설은 그동안 해외 플랜트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된 해외 플랜트 부진으로 수익성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주택사업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건설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 3조6141억 원, 영업이익 1285억895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4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8.23%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됐다.
SK건설의 강점으로 꼽혔던 해외 수주는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쟁력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해외수주가 상승세로 올라섰던 지난 2017년 21억 달러(한화 약 2조5000억 원)로 올라섰고, 지난해는 29억 달러(한화 약 3조5000억 원)까지 늘렸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해외 수주액은 전년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억 1000달러로 집계됐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SK건설의 작년 말 기준 조정부채비율(389.9%)과 조정자기자본(8763억 원)을 보면 주요 경쟁사에 비해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며 "당기순이익과 현금흐름은 양호하지만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서 추가 손실이 발생했을 때 재무구조에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아 약 2조 원의 시공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수주전에 단독 입찰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SK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SK뷰'는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 지난 2018년 부동산 114의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순위에서 'SK뷰'는 10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또 국토교통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동안 꾸준히 국내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던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경쟁사 4곳은 주택사업 비중이 상반기 기준 적게는 47%에서 많은 곳은 62%에 달한다. 올해 국내 주택사업을 한 건도 달성하지 못한 SK건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도시정비시장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에서 SK건설은 2000년대 들어 2002년 역삼 개나리 SK뷰와 2014년 대치국제아파트 재건축사업까지 총 2건의 수주가 전부다.
여기에 SK건설 관계자는 "강남권은 아니지만, 매년 서울과 수도권에서 1~2건씩 수주를 해왔다"며 "지난해는 단독으로 노량진2구역을 수주했고, 2017년에는 노량진7구역과 수색13구역 등 2건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건설이 컨소시엄을 통해 시공권을 확보에 나섰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설명회에 보증금 현금납부를 조건으로 건다는 것은 참여할 의사가 없다면 오지 말라는 강력한 의견 표시"라며 "컨소시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으나 단독으로 할 경우 과열 경쟁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컨소시엄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입찰 의향을 밝힌 건설사들은 대체로 컨소시엄과 단독 입찰을 고려하고 있으나, 사업비만 2조에 달하는 대형 사업인 만큼 컨소시엄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SK건설도 컨소시엄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이점을 고려하고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입찰 참여 방식에 대해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서 정확히 정해진 것이 없으며 사업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 현재로써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한남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5816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사업으로 책정된 공사비만 1조8880억 원에 달한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의 입찰제안서 마감일은 오는 10월 18일이다. 11월 28일 합동설명회를 거쳐 12월 15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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