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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예고된 위기" 완성차 업계 구조조정 '칼바람' 부나
입력: 2019.08.26 13:40 / 수정: 2019.08.26 13:40

르노삼성이 지난 21일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생산성 감소에 따른 인력 조정 계획 수립과 관련한 회사 측 견해를 전달했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이 지난 21일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생산성 감소에 따른 인력 조정 계획 수립과 관련한 회사 측 견해를 전달했다. /르노삼성 제공

車업계 "르노삼성 '구조조정', 3저(低) 업체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내수 및 수출 물량 감소에 따른 대응 방안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노사 간 불협화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3위권' 3사(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의 내부 상황을 들여다보면 구조조정 한파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 21일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인력 조정 계획에 관한 회사 측 견해를 전달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닛산 '로그'의 생산 물량도 감소에 따른 인력 조정 계획 수립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간 10만 대 규모였던 로그의 위탁 생산 물량은 이미 6만 대 수준까지 줄어든 상황으로 오는 9월이면 위탁 생산 계약마저도 종료된다. 회사 측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그 생산 물량이 빠질 경우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이 기존 60대에서 최대 45대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00명인 부산공장 생산근로자 가운데 400명이 사실상 유휴 인력으로 남는 셈이다.

르노삼성의 이 같은 방침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예견됐던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1~7월)까지 르노삼성의 자동차 판매량은 10만1718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6% 줄어든 수치다. 특히 수출물량은 로그 생산물량 감소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같은 기간 40.8% 줄어든 5만6904대에 그쳤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것이다. 생산량 반등을 위해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은 르노삼성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요소지만, 지난 6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 전면파업을 비롯해 1년째 이어진 노사갈등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르노삼성 노사 간 인력 조정안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단계이지만, 위기 상황에 관한 양측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또다시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6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의 전면파업을 비롯해 1년째 이어진 노사갈등으로 신형 CUV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도 불투명해진 상황에 놓였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은 지난 6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의 전면파업을 비롯해 1년째 이어진 노사갈등으로 신형 CUV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도 불투명해진 상황에 놓였다. /르노삼성 제공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에 감지된 대규모 인력조정 문제가 쌍용차와 한국지엠 등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시장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2강 3약' 구도가 뚜렷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상반기 모두 10만3392대를 판매하며 전체 판매량(12만4963대)의 83%를 차지했다.

지난달 실적에서도 이 같은 구도는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각각 46.9%, 35.9%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나머지 3사가 20%에도 못 미치는 시장 경쟁률로 나름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실적 반등을 위한 뚜렷한 해법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지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6754대를 판매했다. 9000대를 판매했던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25%가량 줄어든 수치로 한국지엠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가운데 같은 기간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회사 전체 판매량의 4%(253대)를 차지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가 유일하다.

임금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지엠 노조는 앞서 지난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부분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23일에도 파업을 이어갔다. 이미 지난해 8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견해지만, 노조 측은 회사의 태도 변화 없이는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맞서고 있다.

임금 문제를 두고 회사 측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는 앞서 지난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부분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23일에도 파업을 이어갔다. /더팩트 DB
임금 문제를 두고 회사 측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는 앞서 지난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부분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23일에도 파업을 이어갔다. /더팩트 DB

그나마 쌍용차의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하반기 실적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쌍용차는 노사가 안팎의 위가 상황에 공감, 업계 최초로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 성공하며 지난 2010년 이후 무려 '10년 연속 무분규'라는 선사례를 남겼다. 그러나 그간 실적을 견인해 왔던 소형 SUV '티볼리'가 경쟁사 공세에 밀려난 데 이어 준중형 SUV '코란도' 마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하반기 전망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고착화하고 있는 '2고 3저' 현상은 그 부작용이 매우 심각할 수밖에 없다'며 "노사 간 화합이 선행된다고 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신차 없이는 판매량 감소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부 업체는 노조 파업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업체가 독주하는 것은 독과점 문제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 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도 매우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업체 간 노사 화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르노삼성에서 촉발한 구조조정 위기가 한국지엠이나 쌍용차 등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매우 큰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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