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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레드캡투어 '유니폼 시착쇼' 갑질 논란…'44사이즈' 여직원 악몽
입력: 2019.08.19 06:00 / 수정: 2019.08.19 08:28
범 LG가로 분류되는 레드캡투어가 44사이즈를 입는 여직원을 선발해 조원희 회장과 인유성 대표이사(사진) 앞에 줄을 세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신지훈 기자, 레드캡투어 홈페이지 캡처
범 LG가로 분류되는 레드캡투어가 '44사이즈'를 입는 여직원을 선발해 조원희 회장과 인유성 대표이사(사진) 앞에 줄을 세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신지훈 기자, 레드캡투어 홈페이지 캡처

"발가벗겨진 기분" 굴욕적…레드캡투어 측 "시착 과정 중 직원들 품평하지 않았다"

[더팩트 | 신지훈∙이민주 기자] "잠깐이지만 유니폼을 입고 회장과 대표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매우 수치스러웠다.", "회장과 대표의 마음에 드는 모델을 뽑기 위해 회장 비서가 '44사이즈'를 입는 여직원들을 찾아 다녔다."

범 LG가로 분류되는 여행사 레드캡투어가 유니폼을 입힌 여직원들을 회장과 대표이사 앞에 세워 품평을 하는 촌극을 벌였다. 심지어 레드캡투어는 여직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44사이즈에 맞는 여직원을 물건 고르듯 찾은 데다, 이도 모자라 여직원들의 몸매를 평가까지 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레드캡투어에 따르면 이 회사는 회사 이미지 제고와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 증진을 위해 설립 당시부터 여자 직원들의 유니폼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유니폼은 2~3년을 주기로 교체하고 있으며, 현재 교체 예정인 동복 유니폼은 상의, 블라우스, 치마, 벨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말 여직원들의 새로운 동복 유니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더팩트> 확인 결과, 레드캡투어는 최종적으로 선정된 10개의 유니폼 샘플에 대한 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지난달 만들었다. 레드캡투어 여직원들은 이 과정을 이른바 '유니폼 시착쇼'라고 일컫는다. 여직원들이 '몸매 품평회'라고 느낄 만큼 노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레드캡투어 여직원들은 유니폼 샘플을 시험 착용 할 여직원 선정을 담당하는 회장 비서의 시선에 '발가벗겨진'의 굴욕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

레드캡투어 여직원 A씨는 <더팩트>에 "여직원의 몸매를 평가하고 마치 물건을 고르듯 '44사이즈'를 입는 직원을 찾아 다녔다"며 "시착 모델을 뽑으러 돌아다니는 담당자가 일부 여직원들에게 '몸매가 어떻다'며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몸매를 가지고 지적하는 행위에 우리가 마치 '가게에 진열된 물건'이 된 듯해 굉장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직원 B씨는 "유니폼을 교체할 때마다 '시착쇼'를 한다. 그 때마다 모델 선정 담당자가 사내에서 몸매 좋고 예쁘다고 알려진 여직원을 찾아 다닌다. 직원들을 훑어보고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기분이 나쁘다.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 여직원들은 유니폼 샘플을 입고 회장 및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 앞에 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이 자리에 선 여직원들은 회사로부터 화장은 물론 스타킹과 구두착용까지 강요받은 데다, 임원들이 도착하기 전 유니폼을 입고 대기하기 위해 출근시간까지 앞당겨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레드캡투어 여직원들은 3년 마다 진행되는 유니폼 선정 작업을 이른바 유니폼 시착쇼라고 부른다. 이들은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낀다, 가게에 진열된 물건이 된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민주 기자
레드캡투어 여직원들은 3년 마다 진행되는 유니폼 선정 작업을 이른바 '유니폼 시착쇼'라고 부른다. 이들은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낀다", "가게에 진열된 물건이 된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민주 기자

여직원 C씨는 "지금 시대에 여직원들에게 유니폼을 입히고 이를 품평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심지어 회장과 대표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 여직원들을 사전 대기 시키고, 이것도 모자라 화장에 스타킹, 구두 등을 강요하느냐, 말이 안 된다"며 회사의 갑질 행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직원은 또 "그렇다고 직접 유니폼을 입었던 여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결정은 회장과 대표가 한다. 회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라고 하지만, 결국 '쇼'다. 회장과 대표가 여직원에게 행하는 '갑질'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에 레드캡투어 측은 <더팩트>에 "직원 10명이 샘플 유니폼을 입고 회장과 대표 앞에 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유니폼을 최종 선정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을 뿐, 시험착용 과정에서 내부 직원 개개인을 품평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고 해명했다.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44'라는 수치로 표현되는 특정 사이즈의 직원을 선별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샘플 유니폼 자체가 사이즈가 수치로 표현되는 제품이 아니다. 시착 과정에서도 내부 직원 개개인을 품평하거나 한 일도 없다. 유니폼은 특정 부서의 몇몇 직원만 착용하는 것이 아닌 전 사업부의 모든 여직원이 착용하게 될 유니폼인 만큼 전 사업부별로 분포를 고르게 해 10명의 직원들에게 시험 착용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험 착용 날은 유니폼 시험 착용에 걸맞는 단정한 복장을 부탁했고, 업무 시작 전 시착을 완료하기 위해 조기 출근을 요청했다.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은 적절히 조치할 계획이다. 유니폼 시험 착용 과정에서 나온 직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함께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레드캡투어는 이에 앞서 지난 2016년에 한 직원이 여직원들이 유니폼을 갈아입기 위해 마련한 탈의실에 USB형태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탈의 장면을 찍어온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레드캡투어 내부에서는 유니폼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유니폼은 한때 여행사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직접 고객들을 대면하고 상담하는 일이 잦았던 여행사 업무 특성 상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전달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업 이미지를 중시하던 것에서 벗어나 실용성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며 몇년 새 여행사의 기류도 점차 유니폼을 폐지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국내 대표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유니폼을 폐지한 지 5년 이상 됐다.

레드캡투어 직원들은 유니폼 시착쇼에 대한 불만을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털어놓았다. <더팩트>가 레드캡투어 유니폼 관련 취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제보자가 블라인드에도 관련 내용이 올라왔다며 캡쳐본을 전해왔다. /독자 제공
레드캡투어 직원들은 '유니폼 시착쇼'에 대한 불만을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털어놓았다. <더팩트>가 레드캡투어 유니폼 관련 취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제보자가 블라인드에도 관련 내용이 올라왔다며 캡쳐본을 전해왔다. /독자 제공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니폼을 없앴다. 이후 정장으로 복장을 규정했으나 최근 들어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으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남자 직원들의 유니폼을 폐지했다가 여직원들이 남성만 폐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며 "유니폼이 불편해 오히려 업무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유니폼을 입기 싫다는 의견이 많아지며 유니폼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한 관계자는 "과거 우리 사회는 여성직원들의 '꾸밈노동'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이를 강요했지만, 이는 실제로 업무에 필요하지 않은 노동"이라며 "최근 이 같은 인식이 확산하며 조금이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도 많다. 여직원들의 복장을 규정하고, 이를 강요하는 것도 직장 내 성차별적 문화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 기업인 레드캡투어는 여행알선업과 렌터카사업을 하는 업체로 지난 1977년 세워진 범한흥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 LG그룹 창업자 구인회 회장의 조카인 구자헌 회장이 창업한 범한흥산은 해외항공권 판매를 알선하는 업체였다. 이후 범한흥산은 범한종합물류와 범한여행 두 개 회사로 분리돼 1992년에 범한여행이 설립됐다.

범한종합물류가 현재 범한판토스의 전신이며, 범한여행은 레드캡투어의 모태다. 이후 범한판토스가 자회사인 범한렌트카를 세웠으며, 2004년 범한여행은 범한렌트카와 합병했다. 2006년 11월 범한여행은 코스닥 상장사였던 미디어솔루션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이듬해 두 회사의 합병 과정을 거친 뒤 주식을 코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했다. 이 해에 회사 이름을 지금의 레드캡투어로 변경했다.

현재 오너는 고 구자헌 회장의 직계가족으로 아들 구본호 씨가 최대주주로 총 38.39%를 보유하고 있다. 고 구 회장의 아내이자 현재 레드캡투어 회장인 조원희 회장은 35.97%의 지분을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올라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은 총 74.26%에 달한다.

인유성 레드캡투어 대표이사는 지난 2002년부터 LG에서 근무한 LG맨이다. 인 대표는 지난 2002년 LG비서팀 팀장, 2009년 LG디스플레이 중화지역센터장 및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올해 5월 레드캡투어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직전까지는 LG디스플레이 IT모바일사업부 부장과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gamja@tf.co.kr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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