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와 항암바이러스 물질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 미팅을 진행한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받은 가운데 문은상(사진) 신라젠 대표가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뉴시스 |
문은상 신라젠 대표, 156만 주(1325억 원 규모) 매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코스닥 바이오벤처 기업 신라젠의 문은상 대표가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신라젠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문 대표를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들이 미리 2000억 원대의 주식을 판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발빼기'가 아니라며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문은상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상 중단을 권고 받은 펙사벡 무용성 평가결과를 미리 알지 못했다"며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사전 인지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1일 기준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3조1653억 원이었지만, 지난 2일 임상 3상 중단 소식을 공시한 후 하한가로 직행했다. 5일 기준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1조5525억 원으로 반토막난 상황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 역시 1일 4만4550 원에서 5일 2만1850 원으로 급감했다. 지난 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 위원회(DMC)는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후 임상시험 중단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은상 대표는 자사주 매도와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문은상 대표와 친인척 4명, 임원 등이 악재 소식 전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시작됐다. 문 대표는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156만 주(1325억 원 규모)를 매도했다. 또한 문 대표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 4명도 같은 시기에 271만여 주(약800억 원) 정도를 현금화 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번 임상 중단 공시 직전 이 회사의 신사업 추진 담당 임원이었던 신현필 전무는 88억 원어치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신라젠은 신 전무가 7월 1~5일 네 차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자사 주식 16만7777주를 모두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신라젠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펙사벡 임상 중단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안내문. /신라젠 홈페이지 |
이에 일각에서는 미리 임상 중단 정보 등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가에 부정적인 공시가 나오기 전 주식을 매각해 부당 이익을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신 전무의 주식 매도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한 차례 '펙사벡 임상 실패' 루머가 돈 바 있다. 신 전무는 신라젠 임원 중 문은상 대표 다음으로 주식을 많이 갖고 있었던터라 당시 소액 주주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펙사벡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아 주식을 팔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신라젠 주식은 다음 날인 7월 9일 11.21% 폭락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신라젠 측은 루머를 의식한 듯 다음 날인 10일 '펙사벡'의 병용 임상 1상에서 암 살상을 위한 면역력 상승 작용을 확인했다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주주들은 "불과 한 달 전 루머가 돌았을 당시에도 임상 유효성을 확인했다던 회사다. 신라젠이 아닌 구라젠", "이 정도면 사기꾼 아닌가"라며 힐난했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문 대표는 "회사는 3상이 진행되는 순간부터 개입할 수 없다"며 "시도라도 발각되는 순간 임상시험이 무효화된다. 그만큼 엄격한 규칙을 갖고 진행된다"고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사전 인지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그는 "금요일(2일) 새벽 1시 DMC로부터 구두 통보(임상 중단) 받은 뒤, 장 시작 전 공시하는 등 정확한 원칙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신라젠의 재무를 담당하는 송명석 부사장은 "임원이 임상시험 진행기간 중에 보유 주식 매각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퇴직 권고를 했다"며 "앞으로 문은상 대표님과 함께 추가 지분 매입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 등 신라젠의 고위급 임원들의 직접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끊이질 않을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세차익을 많이 본 상태에서 이미 반토막난 주식을 다시 매입하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얼마나 좋게 봐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도를 올리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