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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삼성 이재용·SK 최태원 '닮은꼴 리더십' 불확실성 대응 전면
입력: 2019.08.06 00:00 / 수정: 2019.08.06 08:2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나서며 국내외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뉴시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나서며 국내외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뉴시스 제공

이재용 "두려워 말자" 최태원 "흔들리지 말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흔들림없이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식하는 대외 불확실성 위기감은 표현의 방식에만 차이를 둘뿐 그 강도에는 조금의 차이도 없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하루아침에 영향권 1순위에 오른 두 그룹의 수장은 각자의 방식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풀가동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 사실상 국가 간 '외교' 루트로는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재계 1위 그룹 총수와 4대 그룹 '맏형'의 리더십에 거는 재계 안팎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던 아버지보다 전면에 선 리더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발언으로 지금까지도 회자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선언 못지않은 직설적이고 과감한 행보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는 경영 행보에 대한 재계 안팎의 평가다. 지난 2014년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사실상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오른 이 부회장은 그동안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해 왔다. 각 사업 분야 전문경영인(CEO)들에게 실무를 맡기되 삼성의 얼굴로써 글로벌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다지고 초대형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굵직한 현안에 관한 의사결정은 주관하는 방식이다.

6년여 동안 공식 석상에서 그룹의 대표 자격으로 '공언(公言)'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던 것 역시 이 같은 경영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엿새간 일정으로 소화한 일본 출장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모색 차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 부회장. /뉴시스 제공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엿새간 일정으로 소화한 일본 출장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모색 차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 부회장. /뉴시스 제공

6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5일) 오후 주요 사장단을 소집해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전자·부품 계열사 사장단과 최고경영진이 총집결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DS(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IM(스마트폰·통신장비)부문 사장단은 물론 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 비(非)전자 계열사인 삼성물산 수뇌부와 주말도 반납한 채 회의를 소집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 수립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히 '보고 받는' 형태가 아닌 '함께 논의하되 주문할 것은 주문하는' 형태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재계 서열 1위 총수로서의 대외 활동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 6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5대 그룹 총수의 승지원 차(茶)담회를 비롯해 지난달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이자 IT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 수장 손정의 회장과 회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실력자들과 재계 총수들의 만남 성사 과정에서 교두보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엿새간 일정으로 소화한 일본 출장 역시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재계에서는 대를 이어 구축한 삼성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대일 인적네트워크가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 요소가 되길 바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계가 놓인 위기 상황은 정부만의 노력으로, 민간 기업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이미 지났다"며 "재고 확보를 비롯해 소재 국산화에 작업이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SK하이닉스의 원자재 수급 방안 등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더팩트 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SK하이닉스의 원자재 수급 방안 등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더팩트 DB

◆ 재계 목소리 대변하는 4대 그룹 '맏형'

최태원 회장 역시 전날 서울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주재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를 최 회장이 주관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위기극복을 위해 단합하는 데 구심점이 되겠다는 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흔들림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며 "그동안 위기 때마다 하나가 돼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으므로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소재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등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주요 관계사들의 위기 대응을 위해 비상경영에 나섰다. 임직원들의 '워라벨'을 강조하는 최 회장이지만, 올해는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에 이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원자재 수급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잇달아 일본 출장길에 오른 것 역시 비상경영에서 나온 전략 수립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 회장의 일본 출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지난달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그는 "일본에 갈 일이 생기면 갈 것이다"며 "우리가 도울 일은 돕고 우리가 필요한 일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경제계 내부에서 최 회장의 역할론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대일 네트워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최 회장은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4대 그룹 총수 '맏형'으로서의 리더십으로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대한상의 제주포럼이다. 당시 최 회장은 반도체 소재 국산화 논의 과정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불화수소를 대체재로 활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공정에 맞는 제품을 국내 업체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며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경제계 안팎에서는 국내 기업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 수출 규제 여파로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에 관해 목소리를 냈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항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선도했지만, 오늘날 상황은 다르다"며 "기업에서 '어렵고, 힘들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낼 수 없다면 정부와 유연한 호흡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이 생산적인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더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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