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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이어 펙사벡도 임상 실패, 바이오업계 신뢰 추락
입력: 2019.08.05 00:00 / 수정: 2019.08.05 00:00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와 항암바이러스 물질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 미팅을 진행한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사진은 문은상 신라젠 대표. /뉴시스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와 항암바이러스 물질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 미팅을 진행한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사진은 문은상 신라젠 대표. /뉴시스

바이어 업체들, 자금 조달 난항 전망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성분 변경 사태와 에이치엘비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실패에 이어 이번엔 신라젠 '펙사벡'의 임상 실패 소식이 알려지면서 바이오업계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바이오업계에서 연이어 악재가 쏟아져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업체들의 임상 실패 소식이 이어지면서 개별 기업의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업계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신라젠은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 항암바이러스 물질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 미팅을 진행한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2일 공시했다.

무용성 평가는 그동안 진행해온 펙사벡 임상 3상의 유효성 및 안전성 등을 중간 평가한 것이다.

펙사벡은 종양세포에 침투해 증식한 뒤 이 세포를 터뜨리면서 동시에 주변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는 작용기전을 거져 기존 간암치료제 넥사바 치료효과를 더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펙사벡이 무용성 평가 결과에 따라 이번 간암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펙사벡에 제기한 의혹이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증된 것으로 보고 있다. 펙사벡은 암세포를 터뜨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의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다. 그동안 메커니즘 자체가 임상 3상을 통과할지 의문이 있었다. 결국 DMC의 임상 중단 권고로 페사벡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가총액 2조 원의 신라젠은 파이프라인이 펙사벡 하나뿐이다. 펙사벡의 임상 실패로 인해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2일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떨어진 신라젠의 주가는 전날보다 30%가량 하락한 3만1200원을 기록했다.

신라젠의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소액주주는 14만7053명으로 전체 지분의 85.68%를 들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이후 영업손실은 500억 원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이 펙사벡의 기전 성공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보거나 사업실적을 분석하지 않고 투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라젠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펙사벡 임상 중단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안내문. /신라젠 홈페이지
신라젠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펙사벡 임상 중단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안내문. /신라젠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잇따른 부정적인 이슈로 인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의 펙사벡에 앞서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도 임상 3상 중에 좌초됐기 때문에 다른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클 수 있다"며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심리가 언제 회복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라젠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페사벡을 향후 표적항암제가 아닌 면역항암제와의 병용투여 임상과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는 술전 요법 등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간암 임상 3상과 관련해 조기 종료 소식을 전하게 돼 주주들과 기관투자자들에 깊은 유감의 말씀을 올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임상 3상 조기 종료는 펙사벡 문제가 아니라 항암바이러스와 표적항암제 병행요법의 치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도 펙사벡의 항암 능력에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데이터가 일정 수준 확보되는 대로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하겠다"며 "면역항암제는 적응증 별로 반응률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간암 결과와는 무관하게 타 적응증 병용임상의 효능 데이터가 우수할 경우 라이선스 아웃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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