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지난 29일부터 이틀 동안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했다. /더팩트 DB |
현대차 또 고개 든 '파업 리스크'…"'숫자'에 가려진 위기 살펴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올해도 어김없이 노조가 촉발한 '파업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위기에 직면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년 대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등 외부 요인에 기댄 성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노사 간 협력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최근 출시한 중형 세단 신형 '쏘나타'와 소형 SUV '베뉴' 등 하반기 실적을 책임져야 하는 주요 신차들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1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9일부터 이틀에 걸쳐 전체 조합원 5만293명을 대상으로 파업 시행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투표에서 4만2204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 전체 투표자의 84.06%, 재적 대비 70.54%인 3만5477명이 파업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는 향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파업 일정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파업이 성사될 경우 현대차 지난 2012년 이후 무려 8년 연속 노조의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게 되는 뼈아픈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3%, 5%씩 줄었다. /자료=각사 제공 |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교섭을 벌여왔지만, 조합원 정년을 만 60세에서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개시 전년도 말일로 변경하는 문제 등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 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에 적용 외에도 해고자 원직 복직과 고소 고발 및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이사회에 노조 추천 노동이사 1명 선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노조 측은 지난 19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임단협 16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하고,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의 '일방통행'에 현대차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벌써 현대차의 올해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뒷걸음질 친 상황에서 신차 물량 확보에 제동이 걸릴 경우 하반기 실적 개선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가 받아든 상반기 경영 성적표 역시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0.2% 늘어난 1조237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문제는 실적 반등의 원인이 '자동차 판매'보다 원화 약세, 미국 시장 인센티브 축소 등 외부 환경적 요소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노조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출 물량 전체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차 제공 |
실제로 현대차는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7.3% 줄어든 110만4916대를 판매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의 선전에 힘입어 전년 대비 8.1% 늘어난 20만156대를 판매했지만,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줄어들며 같은 기간 10.1% 줄어든 90만476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팰리세이드'를 비롯한 전략형 신차의 판매 호조가 절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에서도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신차 판매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을 하반기 실적 개선을 위한 최우선 실천 과제로 꼽았다.
특히 '팰리세이드'의 생산 차질은 현대차가 반드시 피해야 할 '악재'다. 현대차는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내 중대형 RV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꾀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팰리세이드'를 북미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지만, 국내에서 수출 물량 전체가 생산되는 만큼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은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팰리세이드의 경우 전량 국내 생산 후 수출되는 만큼 노자 파업으로 생산에 제동이 걸릴 경우 현대차가 떠안을 경제적 손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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