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출범한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더팩트 DB |
케뱅 '증자'고민할 때 카뱅은 '신사업' 추진… 벌어지는 격차에 고객 '불안'
[더팩트|이지선 기자] 카카오뱅크가 ICT기업인 카카오를 대주주로 세울 수 있게 되면서 '날개'를 달 전망이다. 이를 지켜보는 '1호' 인터넷뱅크 케이뱅크의 속내는 복잡하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적격성심사가 미뤄지면서 자본 확중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기본적인 영업을 영위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 한도초과 보유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주주간의 지분 정리 절차가 종료되면 조만간 카카오를 최대주주로 세울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이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보유한 최초의 은행이 됐다. 은산분리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첫 수혜자가 된 셈이다.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되면 카카오뱅크로서도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거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더욱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적으로 필요에 따라 자본을 확충하기가 더 쉬워진다. 최대주주가 자본 여력이 있다면 유상증자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카카오뱅크는 자본 여력이 있어 증자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증자가 필요할 수 있다.
또 앱 개발이나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가 운영하는 여러 애플리케이션과의 연계 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소유한 최초의 은행 지위를 확보해 향후 자본금 확대나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차별적 서비스 제공 등에 있어 카카오의 주도적 역량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며 "상품 라인업 확대 및 신규사업진출에도 탄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대주주로 세울 수 있게 된 반면 케이뱅크는 KT에 대한 심사가 멈추면서 증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이용우·윤호영 대표이사(위 왼쪽부터)의 모습과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의 모습. /더팩트 DB |
카뱅이 카카오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는데 반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멈춰서면서 기본적 영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KT는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 당한 상황이다. 은행 대주주 요건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5년 이내에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금융위는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카오와 KT의 대주주 심사는 다르다"라며 "김범수 의장은 계열주기 때문에 카카오의 대주주 심사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것이지만 KT의 경우 법인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KT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론이 나올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를 위해 새 주주를 모색하고 있다. 대출 상품 판매 중단이 이어지는 등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증자가 아니면 사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케이뱅크 기존 주주들은 지난 12일 가교 성격의 412억 원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276억 원을 모으는데 그치고 말았다. 케이뱅크 측은 "가교 형식의 소규모 증자를 했지만 대규모 증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주주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주주 영입 등의 여러 방안을 고민하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간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고객들도 한편으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재테크 관련 인터넷커뮤니티 이용자는 "카카오뱅크에 비해 케이뱅크가 규모가 작기도 하고 대출도 자주 중단되다 보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에 대한 규제가 현상태를 유지한다면 다른 기업들도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시민단체 반대와 특혜 논란 등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경영난은 사실 영업력이 부족하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거의 자본부족 때문"이라며 "대주주가 나서서 자본을 확충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주주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 또한 의사결정과정이 복잡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