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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깊어지는' 롯데, 얽히고 설킨 日 합작사 불똥 커질까 노심초사
입력: 2019.07.23 00:00 / 수정: 2019.07.23 00:00
국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가 많은 롯데그룹의 한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더팩트 DB
국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가 많은 롯데그룹의 한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더팩트 DB

일본기업과 합작사多, 불매운동 타깃...'일본기업' 정체성 논란 재점화

[더팩트 | 신지훈·이민주 기자] 롯데그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합작사가 즐비한데다 지분구조가 얽혀있는 계열사들 마저 불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일본기업이 합작해 만든 회사는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FRL코리아 외에도 무인양품, 롯데미쓰이화학, 롯데엠시시,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롯데JTB 등이다.

FRL코리아는 지난 2004년 롯데쇼핑과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이 각각 49%, 51%를 출자해 만들었다. 유니클로 외에도 지유(GU), 띠어리(Theory) 등 패스트리테일링이 보유한 9개 브랜드 의류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2018년 5월을 기준으로 유니클로 매장은 전국에 183개나 된다.

유니클로가 들어선 곳이면 어김없이 옆자리에 자리를 잡는 무인양품도 대표적인 롯데와 일본기업의 합작사다. 가습기, 선풍기 등 단순한 디자인의 생활소품을 판매하는 무인양품은 지난 2004년 롯데상사와 일본의 ㈜양품계획이 각각 40%, 60%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다.

롯데가 불매운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더욱 큰 이유는 합작사 중 전범기업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미쓰비시, 우베흥산, 미쓰이화학 등 세 곳의 전범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롯데엠시시는 지난 2006년 롯데케미칼과 미쓰비시케미칼이 각각 950억 원씩 자금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롯데엠시시는 유기화학 물질과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현재 롯데여수공장 내 PMMA(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공장과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MMA∙MAA(메틸메타크릴레이트∙메타크릴산)공장을 두고 있다.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라는 사실이 알려진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타격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사진은 손님이 없이 텅 빈 지난 18일 무인양품, 유니클로 롯데월드점 모습. /잠실=신지훈 기자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라는 사실이 알려진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타격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사진은 손님이 없이 텅 빈 지난 18일 무인양품, 유니클로 롯데월드점 모습. /잠실=신지훈 기자

롯데미쓰이화학의 경우 지난 2010년 롯데케미칼과 일본 미쓰이화학이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며 2011년 1월 20일자로 설립한 회사다. 각각 50% 자금을 출자했으며, 당초 호남미쓰이화학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지만, 지난 2014년 사명을 롯데미쓰이화학으로 변경했다.

롯데케미칼의 또 다른 일본 합작사는 롯데-우베 인조고무 법인이다. 이 회사는 롯데케미칼이 지분 40%인 260억 원을, 나머지 60%를 우베흥산과 미쓰비시상사가 투자했다.

이 외에도 캐논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은 지난 1985년 롯데그룹과 일본 캐논이 각각 50%씩 출자해 만든 합작법인이다. 지난 2006년 롯데캐논에서 사명을 변경했으며 프린터, 스캐너 등 사무용기계기구를 판매한다.

롯데그룹 여행사로 알려진 롯데제이티비 역시 일본 대표 여행사인 JTB와 합작해 만든 회사다. 지난 2007년 당시 롯데닷컴과 JTB가 각각 지분 50%를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롯데그룹은 합작사 외에도 일본과 지분구조가 얽혀있는 계열사도 적지 않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장을 추진 중인 호텔롯데 역시 일본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그룹의 관광·서비스 계열사인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19.07%), 광윤사(5.45%), L투자회사 등 일본 계열사들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는 배당금도 매년 백억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 맥주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도 일본과 지분구조가 얽힌 계열사 중 한 곳이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 2000년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 '하이스타'로 설립됐다 2004년 아사히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하며 롯데아사히주류라는 이름으로 변경했다. 2008년 롯데칠성음료에서 독립해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됐으며, 롯데칠성음료와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호텔 등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경우 지분의 99%를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계열사가 갖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전경. /더팩트 DB
롯데호텔 등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경우 지분의 99%를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계열사가 갖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전경. /더팩트 DB

이같이 롯데그룹이 일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계열사들의 리스트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롯데를 불매하자는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아울러 롯데는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정체성 논란마저 재점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롯데가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불매해야 한다"며 "일본과 관계가 있는 롯데그룹의 계열사만 봐도 롯데가 과연 한국기업일지 의문스럽다. 일본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가 어찌 한국기업인가"라고 말했다.

롯데를 향한 불매운동은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다. 지난 1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일본산 제품뿐 만 아니라 롯데제품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일본산 불매운동이 번지기 시작한 지난 5일에 일본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약 1만 곳의 마트 등이 불매운동을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이 롯데제품 판매까지 중단하고 나선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매운동이 일어난 이후 롯데그룹의 시가 총액도 2주 만에 약 1조 원 가량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 시총은 지난 1일 24조5153억 원에서 19일 22조6904억 원으로 1조8249억 원 가량이 감소했다. 롯데그룹 상장사 10곳 중 정보통신과 정밀화학을 제외한 8곳 모두 시가총액이 급감했다.

한편 불매운동 된서리를 맞고 있는 롯데그룹 측은 일본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롯데 하반기 VCM(사장단 회의·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석하며 취재진으로부터 불매운동이 롯데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침묵으로 일관한 바 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반일 감정이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만큼 최고경영진들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불매운동과 관련한 언급 대신 그룹 이미지 개선과 밀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거듭 강조한 것 역시 자칫 이번 사태로 다수 합작회사와 계열사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롯데는)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정체성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22일 "롯데는 철저하게 한국기업이다"며 "일본 회사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지분관계가 얽혀있다고 해 불매운동 대상에 오르고 욕을 먹게 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amja@tf.co.kr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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