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인보사 사태가 벌어지면서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됐다. /더팩트 DB |
직격탄 맞은 'IB 명가'…다 잡은 '고바이오랩' 놓쳐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IB 명가' NH투자증권이 '인보사(인보사케이주)' 직격탄을 맞아 기업공개(IPO) 영업에 차질을 빚게 돼 고심이 커지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내년 8~9월에 코스닥시장 입성을 목표하는 고바이오랩의 상장 주관 딜을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에게 뺏겼다.
지난달 <더팩트>는 고바이오랩의 상장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이 선정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시 고바이오랩 고위 관계자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바이오랩 고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IPO하는 하우스 중에 경험이 많이 축적돼 있고 벤처회사로서 그런 경험이 중요하기에 상장 준비에 있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이 치열한 경쟁 끝에 약 5000억 원 밸류가 기대되는 고바이오랩의 딜을 가져가는 듯했으나 한국거래소가 인보사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티슈진 상장 주관사에 제재를 가해 무산됐다.
이에 대해 고바이오랩 고위 관계자는 "인보사 문제로 NH투자증권과 함께 상장에 나설 수는 없게 돼 사실 아쉬운 부분이 좀 있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증권사들과 함께 기존 계획한 상장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코스닥시장상장규정에 따라 NH투자증권의 외국기업 기술특례 상장주선인 자격과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사 자격을 내년 11월까지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앞서 인보사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을 주관한 게 문제가 되면서 내년 8~9월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던 고바이오랩 IPO 딜을 놓치게 됐다. /더팩트 DB·고바이오랩 제공 |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사태로 지난 5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자 NH투자증권은 해외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과 성장성 특례 상장 주관사 자격을 일시적으로 잃게 됐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고바이오랩이 (NH투자·KB·삼성·대신증권의) 프레젠테이션를 진행 후 최종적으로 NH투자증권을 선택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딜 수임을 위한 최종 서명을 앞두고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계약 체결이 안 됐다"고 언급했다.
인보사 파문 이전 NH투자증권은 올해에도 IPO 실적 1위가 기대되는 증권사였다. 지난해 17개 기업을 상장시키면서 2조 원대 주관 실적을 기록,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순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NH투자증권은 IPO 상장 주관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상반기 총 18개 기업들이 상장한 가운데,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드림텍, 현대오토에버, SNK, 컴퍼니케이파트넛, 까스텔바쟉 등 가장 많은 기업(총 5곳)을 상장 완료시켰다.
하지만 거래소의 제재로 이미 IPO 주관 계약이 해지되는 등 적극적인 IPO 영업에 제약이 걸리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자칫 올해와 내년까지 'ECM 왕좌' 자리를 잠시 내줘야 할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 NH투자증권이 해외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과 성장성 특례 상장 주관사 자격을 내년 11월까지 잃게 된다고 발표했다. /더팩트 DB |
거래소는 이번 제재에 대해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 보호와 주관사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서 증권사에 대한 자격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검찰은 지난 11일 NH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NH투자증권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IB 관련 부서의 코스닥상장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주관사까지 문제 삼고 제재를 가하는 데 있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가 인정한 결과까지도 주관사 문제로 삼는다니 너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주관사에게 책임을 떠밀고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나중에 누가 또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을 하려 하겠나"라면서 "이렇게 되면 결국 IPO 주관 업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