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소형 카메라' 등 악용 가능성 높은 제품 수두룩...판매 막을 법적 제약도 없어[더팩트 | 신지훈 기자] 이커머스 오픈마켓에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몰래카메라'가 버젓이 판매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명품짝퉁' 판매에 이어 초소형 카메라를 '몰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하며 도마 위에 오른 것. 더 큰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음에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 제약이 없는데다, 업체 입장에서 오픈마켓 특성상 판매자를 관리하거나 판매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초소형 카메라 판매업체를 자사 오픈마켓에 등록하고, 이 판매자가 '몰래카메라'라는 자극적인 이름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의 오픈마켓 몰래카메라 판매는 비단 이번뿐 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몰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안경 몰래카메라, USB형 몰래카메라 등을 판매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시계 몰래카메라를 판매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짝퉁 명품가방과 시계 등 모조품을 판매하고 홍보하기도 해 쿠팡이 문제가 있는 제품들의 판매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9일 <더팩트>에 "초소형 카메라는 쿠팡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아니다.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의 오픈마켓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며 "문제는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불법적인 사용을 조장할 여지가 있다. 게다가 쿠팡 측이 이 같은 제품명을 사용해 카메라를 판매해온 판매자를 방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쿠팡 측은 해당 제품이 문제가 되자 지난 7일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판매상을 퇴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 관계자는 10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쿠팡은 중립적인 입장으로 오픈마켓 플랫폼을 운영하며 판매자들의 자율적인 판매를 보장하고 있다"며 "다만 불법 상품은 모니터링을 통해 판매를 제재하고 있다. 쿠팡은 카메라의 특징을 숨겨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상품이 확인되면 즉각적으로 판매 중지 및 판매자 퇴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쿠팡에서 '몰래카메라'라는 키워드로 상품을 검색하면, 초소형 카메라 제품들이 리스트에 버젓이 등장한다. 이들 제품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오픈마켓은 등록된 판매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제품을 올리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으로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서 사전 검열을 하거나 판매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후 사후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대다수의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의 사전 검증 또는 관리 제도를 특별히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법제품 판매 논란으로 오픈마켓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픈마켓에서 불법제품 판매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초소형 카메라는 불법제품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현행법상 몰래카메라로 사용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의 판매와 유통은 불법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상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초소형 카메라 유통 자체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몰카 판매금지 및 처벌강화' 글이 2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며 법적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며 "초소형 카메라 등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들의 유통 자체를 법적으로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amj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