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결공장 SOx·NOx 배출량 기존 140~160ppm서 30~40ppm 수준으로[더팩트ㅣ당진=장병문 기자] 9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강판 공장에서는 달궈진 강판이 롤을 타고 빠르게 움직였다. 1250℃로 가열된 강판은 수십 미터나 떨어진 곳에서도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시뻘건 강판이 가까워질수록 얼굴은 따가울 만큼 뜨거웠다. 공장 밖으로 나올땐 30℃ 넘는 여름 날씨가 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거대한 강판 쉴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최근 지자체와 환경단체로부터 고로(용광로) 정비 시 블리더(안전밸트)를 개방해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고로 문제로 지적을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관행처럼 이어온 방식에 대해 반성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친환경제철소를 다짐했다.
이날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청정설비로 교체된 공장을 소개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과 지난달 13일 당진제철소 내 1·2 소결공장에 신규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인 SGTS(Sinter Gas Treatment System: 소결로 배출가스 처리장치)를 본격 가동하고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폭 줄였다.
소결공장은 고로(용광로) 내부에서 원료가 잘 녹을 수 있도록 가루형태의 철광석을 5~50mm 크기의 소결광으로 만드는 곳이다. 가루형태의 철광석이 그대로 고로에 들어가면 뜨거운 열풍이 통과하지 못해 굳게 된다. 하지만 소결 형태의 철광석은 사이사이에 열풍이 통과해 쉽게 녹는다.

소결 과정에서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90% 이상을 배출한다.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인 SGTS가 가동되면서 제철소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이 140~160ppm 수준에서 모두 30~40ppm 수준으로 줄었다.
당진제철소 관계자는 "SGTS는 촉매를 활용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중탄산나트륨을 넣어 황산화물을 없애는 설비"라며 "당진제철소는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촉매층을 다단으로 구성해 설비의 성능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결로 굴뚝 아래에 설치된 측정소에서는 오염물질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고 자체관리시스템을 통해 제철소 내 환경상황실로 전송되며 환경상황실에는 비상상황 발생에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상황실에 수집된 데이터는 한국환경공단으로 실시간 전송되며, 환경부와 충남도, 당진시 등 행정기관에서도 공유한다.
당진제철소는 내년 6월에 3소결 SGTS 완공을 준비하고 하고 있다. 3기의 SGTS가 모두 가동될 경우 2021년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지난해 기준 2만3292톤에서 1만 톤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산먼지 막는 밀폐형 원료저장고와 컨베이어벨트
당진제철소의 친환경 바람은 이미 불어왔다. 이 제철소의 특징은 곳곳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에 덮개가 있다는 것이다. 철광석 등 원료가 이동 중에 바람에 의한 비산먼지를 막기 위함이다.
특히 철광석, 유연탄 등을 보관하는 원료저장설비는 친환경 설비의 대표적인 사례다. 수입한 원료는 하역 후 밀폐된 원료저장설비로 이동된다. 저장고는 높이 60m, 바닥 지름 120m에 달한다.
제철소에서 쓰는 원료는 대부분 흙처럼 가루 형태라서 바람에 날리거나 비에 젖어 씻겨 내려가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밀폐형 저장고는 이런 환경오염을 막는 친환경 설비다. 저장고 밑으로도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돼 있어 원료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밀폐형 원료저장소, 밀폐형 하역설비, 집진기, 배수종말처리기 등 환경설비에 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한 상태다.
한편, 현대제철은 고로 조업정지 위기를 모면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날 충남도지사가 지난 5월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내린 '조업정지 10일' 행정 처분과 관련해 현대제철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중앙행심위는 "제철소 공정 특성상 조업이 중단되는 경우 발생하는 중대한 손해를 예방해야 할 필요성이 긴급하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진제철소는 오는 15일부터 열흘간 예정된 2고로 가동정지 처분은 일단 실행되지 않는다. 앞서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고로 정비 시 안전밸브(블리더) 개방에 따른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충남도로부터 조업정지 10일을 통지받았다.
현대제철은 고로가 정지되면 최악의 경우 수조 원대 손실이 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안 사장은 "조업정지 10일 이후 고로를 3개월간 복구 과정에서 9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만약 재가동이 불가능해 새로 짓게 되면 9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고 연간 생산량 1200만 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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