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경영 승계 안하겠다더니' 발판 마련 중인 셀트리온?
  • 정소양 기자
  • 입력: 2019.07.09 05:00 / 수정: 2019.07.09 05:00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예고한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경영권 승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 1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연단에 올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예고한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경영권 승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 1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연단에 올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서정진 회장, '전문 경영인 체제' 선언에도 두 아들 '핵심 부서'로 이동[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바이오의약품 업체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62) 회장의 경영권 승계 행보가 또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20년 은퇴 후 셀트리온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서 회장이 자신의 두 아들을 돌연 요직에 앉히면서다.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35) 전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는 지난 3월 말 '핵심' 계열사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으로 이동했다. 차남인 서준석(32) 전 셀트리온 과장은 같은 달 초 운영지원담당 이사로 '파격 승진'했다.

서정진 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은퇴 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며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기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서 회장의 은퇴 선언이 참신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른 대기업의 경우 거액의 증여세, 주식 양도세 등을 부담하면서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반면, 서 회장은 유능한 전문가를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또 장남인 서진석 부문장을 '이사회 의장'에 맡기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전문 경영인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은 승계한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서 회장의 행보는 은퇴 선언과는 다소 어긋나는 느낌을 준다. 업계는 서 회장의 아들에 한 파격 인사가 서 회장이 언급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변경하려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이 은퇴 후 전문경영인을 앉히더라도 사실상 서 회장의 아들들이 경영 전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개발부서와 운영지원담당부서는 셀트리온의 핵심이다. 서정진 회장이 두 아들 모두 핵심 부서의 중추적 역할 자리로 이동시켰다는 것은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가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며 "특히 차남의 승진속도는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는 다른 대기업의 경우와 비교해도 빠른 편"이라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면 굳이 젊은 축인 차남을 이사로 기용할만한 절박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올해 상반기 동안 서정진 회장의 두 아들의 인사 이동 및 승진을 단행한 가운데 업계에선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내부적으로 사업·경영적 요구에 따라 이동이 된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왼쪽)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 모습.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올해 상반기 동안 서정진 회장의 두 아들의 인사 이동 및 승진을 단행한 가운데 업계에선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내부적으로 사업·경영적 요구에 따라 이동이 된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왼쪽)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 모습. /셀트리온 제공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의 상반기 인사이동이 서정진 회장의 경영적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는 대신 두 아들을 회사의 핵심 자리에 앉혀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앞서 올해부터 글로벌 직판체계를 갖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2020년에는 이를 완성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는 서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더라도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내년까지 직판체계를 완성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 회장의 영향력 지속은 셀트리온과 시장에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이에 서 회장이 예정대로 2020년 말에 은퇴하면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CEO)로 기용한다고 해도 두 아들에게 힘이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8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서 회장의 은퇴 계획과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글로벌 직판체계 유통망 역시 사업단계에 따라 순조롭게 잘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진석 부문장과 서준석 이사의 인사 이동은 내부적으로 사업적·경영적 요구에 따라 이동이 된 것"이라며 "그 외에 별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부문장은 셀트리온 생명공학1연구소장을 거친 후 2016년 셀트리온스킨큐어 부사장에, 2017년 10월에는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초 임기만료일은 2020년 10월이었으나 취임한 지 1년 5개월 만에 사임했다. 이후 서 부문장은 지난 3월 말 셀트리온으로 입사해 제품개발부문장에 취임했다. 현재 서 부문장은 의약품 연구개발(R&D)이 중심인 셀트리온의 제품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또한 차남인 서준석 이사는 지난 2017년 박사급 과장으로 셀트리온 연구소에 입사한 뒤 생산업무를 지원하는 운영지원담당부서 담당자로 근무해왔다. 그러나 올해 3월 1일 자로 '이사'직에 오르며 2년 만에 고속승진했다. 서 이사가 근무하고 있는 운영지원담당부서는 셀트리온 1공장 증설, 3공장 신설 등 생산 규모 확충의 업무를 담당한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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