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중국 기업에서 뒷돈을 받고 1640억 원대 '깡통 어음'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 증권사 직원 2명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더팩트 DB

뒷돈 받고 '깡통 어음' 유통한 증권사 직원 검찰 송치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난해 1640억 원대 투자금 손실로 부도가 났던 '중국국제에너지화공집단(CERCG) 어음 부도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해당 기업으로부터 수억 원의 뒷돈을 받고 이른바 '깡통 어음'을 국내네 유통한 혐의로 국내 증권사 직원 2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겼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수재)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의 사용) 혐의로 한화투자증권 직원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 B씨를 기소 의견으로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 현대차증권을 비롯해 국내 6개 증권사에 CERCG 관련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어음(ABCP) 1645억 원어치를 팔았다. ABCP는 CERCG 역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사모사채(1억5000만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한화투자증권이 '금정제12차'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서 발행했다.

이후 어음 판매 3일 만에 CERCG의 다른 역외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탈의 회사채가 부도를 맞았고, 국내에 판매된 ABCP도 동반채무불이행(크로스디폴트)이 발생하자 같은 해 9월 현대차증권 등 6개 증권사는 A씨를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 했다.

경찰은 한화투자증권 소속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 B씨가 뒷돈을 받고 지급보증이 되어 있는 것으로 허위로 어음을 판매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대차증권 제공

중국 지급보증이 되려면 중국외환관리국(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필요하다. 경찰은 9개월여 동안 수사를 거쳐 A씨와 B씨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뒷돈을 받고 지급보증이 되어 있는 것으로 허위로 어음을 판매한 것으로 판단하고, A와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국내 증권사에 ABCP를 파는 대가로 CERCG 측으로부터 받은 뒷돈의 규모는 5억6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 이들이 소속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관해서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찰에서 개인 범죄혐의 외에 법인까지 같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이례적이다"며 "현대차증권을 비롯해 어음에 투자한 증권사들이 입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특정 개인의 범법행위와 증권사들의 업무과실로 국부유출이 발생한 만큼 그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