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김기문(오른쪽)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일가의 제이에스티나 주식처분과 자사주 매각에 대해 조사하는 등 계속되는 비위 의혹에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 회장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상생과 공존을 위한 공정경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인사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중기중앙회 "100만 원 이상 벌금형 경우 박탈...아직 고려 안해"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당국이 김기문(64)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측 불공정 주식거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김 회장 측근은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 당시 금품 제공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연이은 비위 의혹으로 도덕성 논란 중심에 선 김 회장이 중기중앙회 회장직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불공정 주식거래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김 회장의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김 회장의 중기중앙회 회장직은 법원에서 최종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유지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1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회칙에 따르면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 회장직을 박탈하게 된다"면서도 "그러나 김 회장의 혐의가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무혐의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기 때문에 아직은 (회장직 박탈과 관련해) 특별히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식거래 문제에 대해서는 중기중앙회와는 관련 없는 사안으로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기문 회장 일가는 영업손실 내용이 담긴 공시가 나오기 전 보유한 제이에스티나 주식을 처분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에스티나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8억5791만 원이다. 매출은 1273억4912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가량 줄었다. 회사 측은 2월 12일 장이 마감된 뒤 실적을 공시했다. 실적 공시 발표 이후 제이에스티나 주가는 급락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공시가 나오기 전 김기문 회장의 동생인 김기석 제이에스티나 대표, 김 회장의 자녀 2명 등 특수관계인 5명이 지난 1월25일~2월12일 시간외 블록딜과 장내매도로 54만9633주(3.33%)를 처분했다. 매각대금은 49억여 원이다. 그 전날인 2월 11일 장마감 후 제이에스티나는 70억3200만 원 상당의 자사주 80만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 때문에 김기문 회장 일가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가에 부정적인 공시가 나오기 전 주식을 매각해 부당 이익을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제이에스티나가 미공개정보 등을 이용해 불공정 주식 거래 등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금융위에 조사를 넘겼다.
이와 관련 제이에스티나 측은 "브랜드 리뉴얼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매각했으며, 특수관계인들은 양도세와 상속세 납부 때문에 주식을 매각했다"며 "주식을 매각할 당시에는 결산이 이뤄지기 전이었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김기문 회장은 본인 주식을 한 주도 매각하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김기문(왼쪽) 회장의 비위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제26대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김 회장의 비서실장은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당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2월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김기문 회장이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
그러나 김기문 회장의 비위 혐의 등 도덕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기문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선거 당시 '혼탁선거'의 중심에 선 장본인이다.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14일 김 회장의 비서실장 A씨를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기사 작성을 부탁하며 기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 7일 김기문 회장을 인터뷰한 모 언론매체 기자에게 현금 50만 원과 수 십만원 상당의 자사 시계가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넸다. 그러면서 A씨는 기자에게 중기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 "기사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기자는 그 자리에 김 회장도 있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당시 김기문 회장은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기중앙회 회장직은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을 가진 자리이며, 중소기업들을 대표하는 자리이다"며 "계속해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는 김 회장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불공정 주식 거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 회장은 개미들의 피로 배를 채운 사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