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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위 몰락' 성동조선, 3차 매각도 실패…파산 절차 밟나
입력: 2019.06.17 13:16 / 수정: 2019.06.17 13:16
중형조선사 성동조선해양의 3차 매각 본입찰이 진행됐지만 창원지법 파산부는 잠재매수자의 자금력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유찰을 결정했다. 사진은 경남 통영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성동조선해양 제공
중형조선사 성동조선해양의 3차 매각 본입찰이 진행됐지만 창원지법 파산부는 잠재매수자의 자금력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유찰을 결정했다. 사진은 경남 통영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성동조선해양 제공

투자자 자금력 미비로 본입찰 유찰…일감 부족 중형사 현실

[더팩트 | 이한림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까지 세계 8위 조선사로 명성을 떨쳤던 성동조선해양이 파산 기로에 놓였다. 세 번째 매각 본입찰도 투자자 자금력 및 증빙서류 미비로 무산되며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7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경남 창원지법 파산부는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해양의 3차 매각 본입찰 유찰을 최종 결정했다.

당초 진행된 3차 매각 예비 입찰에는 조선기자재업체 등 전략적 투자자(SI) 3곳이 인수의향서를 냈다. 이들은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자금에 부담을 느껴 관건이던 증빙서류를 끝내 내지 못했다. 법원도 본입찰 인수제안서를 검토한 결과 자금력 등에 대한 증빙 서류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1차, 올해 2월 2차, 6월 3차 모두 매각 본입찰이 무산되며 청산 위기에 내몰렸다. 매각 차수가 진행될수록 4개월 여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던 것을 감안하면 재매각을 추진할 시간적 여유는 부족한 상황이다. 법원의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은 오는 10월이다.

버텨낼 여력도 역부족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수주물량은 '0'이며 남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인건비나 관리비 등을 감당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에 따르면 직원 770명 중 84.4%인 650명이 순환 무급 휴직 중이다.

성동조선해양이 3차 매각 본입찰에 실패하자 금융 당국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조찬을 가진뒤 취재진과 만나 "(성동조선해양의)매각은 어려워 보인다"며 "남은 절차에 따라 법원과 채권단이 알아서 할 것이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81.2%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한국수출입은행도 이번 매각 실패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0년 성동조선해양 채권단 자율협약 이후 채권단과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3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왔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선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며 "더이상의 공적자금 투입도 사실상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은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인 오는 10월까지 재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사진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17년 6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옆에서 중형조선소 살리기 회생방안 마련 촉구 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성동조선해양은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인 오는 10월까지 재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사진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17년 6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옆에서 '중형조선소 살리기 회생방안 마련 촉구 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 대형조선사와 달리 중형조선사 일감 부족 심화

업계에서는 2003년 회사 설립 후 6년 만인 2009년 1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2011년 육상건조 선박 100척 인도를 달성하며 한 때 세계 8위 조선사까지 올랐던 성동조선해양의 몰락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대형조선사로 분류되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지난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 호황을 맞아 한국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수주 1위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 과정은 노사간 잡음을 제외하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낭보를 띄우고 있다.

반면 중형조선사로 분류되는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은 모두 전년 대비 일감이 현저히 떨어지며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실제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은 54만7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17년보다 26.2% 위축됐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회사 사정도 궤를 같이 한다. 3차 매각에 실패한 성동조선해양처럼 존폐 위기에 놓여있거나 주인이 바뀌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대주주가 변경됐고 STX조선해양은 회생계획안 이행, 대한조선은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며 대선조선 역시 2차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한 중형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이 따낸 선박 수주 실적이 2017년보다 71.8% 늘어나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이 자자했으나 대부분의 일감을 조선 빅3가 가져가며 명암이 갈렸다"며 "일감이 떨어진 중형조선사들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외면받으며 반전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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