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7월 인하 가능성도…'부동산 가격 잡기'가 관건[더팩트|이지선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 의견을 내비쳤다. 그간 견고하게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라면서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지만 직접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69년 기념식에서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만 이번에는 흐름에 따라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지난 5월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때만 해도 한은은 하반기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금리 인하 의견을 '소수의견'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주열 총재는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에 돈이 풀려 투자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제조업 부진과 물가 정체 등으로 경기가 하락국면에 머무르면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또한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통화 완화 가능성이 진전됐다"고 평가하면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생각보다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오는 4분기 쯤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3분기 내에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 발언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통화 완화적 기조 가능성에 대헤 언급했다"며 "기준금리와 통화정책에 대해 가능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간의 기재부 행보에 비춰볼 때 다른 차원의 언급"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수장들이 일제히 경기 진단이나 대응에 대해 일정한 톤을 맞췄다는 것이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사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인하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반영했던 채권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좀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며 금리 인하 시점도 3분기로 앞당긴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내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에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내 금리 인하 기대감도 더 커지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와 5월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여력도 충분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희성·김다경·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긴축적 스탠스가 강했던 주요국 중앙은행이 상반기 완화적으로 선회하면서 대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금유출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또한 가계부채 관리 정책 효과도 확인되면서 금융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필요성 역시 크게 경감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측했다.
다만 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도 내려가면 현재 잠잠해진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대출이 제조업 등의 투자로 연결되기보다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