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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정의선이 불러온 '청바지 바람'…100일 만에 '확 바뀐' 현대차 풍경
입력: 2019.06.10 15:09 / 수정: 2019.06.10 15:09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이 10일 점심을 먹은 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로 복귀하고 있다. /양재동=이성락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이 10일 점심을 먹은 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로 복귀하고 있다. /양재동=이성락 기자

현대차 '완전 자율복장' 제도 안정화…조직 문화 혁신 현재진행형

[더팩트ㅣ양재동=이성락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7년 6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 발표회에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당시 양복 일색이었던 현대차그룹 내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정 수석부회장의 모습은 회사 내외부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로부터 2년 후 현대차그룹은 확 달라졌다. 직원들이 그동안 입었던 양복을 벗어 던지고 '코나' 발표회 당시 정 수석부회장의 모습처럼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업무를 보고 있다. 실제로 10일 찾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는 '제2, 제3의 정의선'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근무 복장이 자율화된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대차는 국내 영업본부와 일부 부서에 한해 매주 금요일 캐주얼 데이를 도입해 운영하다가 지난 3월 4일부터 자율복장 제도를 시작했다. 이는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더욱더 '젊게' 바꾸어 직원들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판단이 반영된 조처다.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사내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그룹 총수의 강력한 의지 아래 도입된 제도이다 보니 자율복장은 시행 100일 만에 빠르게 정착되는 모양새다. 사무실 안에서도, 로비에서도, 회사 밖 인근에서도 과거와 비교해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직원들도 100일 만에 부쩍 달라진 회사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일단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며 "또 회사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옷을 통해) 눈으로 보이니 (효과가)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7년 6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 코나 발표회에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더팩트 DB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7년 6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 '코나' 발표회에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더팩트 DB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는 게 회사 직원의 설명이다. 청바지에 반소매 셔츠를 입은 30대 직원은 "굉장히 편하다. 옷도 옷이지만, 구두를 신지 않으니 피로도 측면에서 이전보다 덜해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평가도 좋다. 현대차 직원은 "이전에는 사람들이 다 똑같은 복장이었다. 하지만 자율복장 이후 외부에서 온 손님을 만날 때 회사 분위기가 로비에서부터 확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대부분 현대차가 '젊어졌다'는 평가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라 완전한 정착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부장 직급의 한 직원은 "20년 전 외국 출장을 나가면 그 회사에서 자율복장 제도를 추진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참 늦은 것"이라며 "우리는 뒤늦게 도입했는데, 이제 혼란기에서 적응기로 넘어가는 것 같다. 시행 1년 정도가 되면 잘 정착되지 싶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현대차 직원들의 복장은 티셔츠, 남방, 청바지, 면바지, 원피스, 정장 등 굉장히 다채로웠다. 이에 일부 직원은 자율복장이더라도 일부 가이드라인이 있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직원은 "복장이 자유로워서 좋긴 한데,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며 "오히려 회사에서 '여기까지'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면 더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이 자유로운 복장으로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다. /양재동=이성락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이 자유로운 복장으로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다. /양재동=이성락 기자

정 수석부회장이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 구축을 강조하며 시행한 제도는 자율복장 외에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점심시간 연장'과 '유연근무제'다. 특히 이날 유연근무제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이 많았다. 현재 현대차 직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의무적인 집중 근무시간만 정해 놓고 출퇴근 시간 등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한 현대차 직원은 "회사에서는 바뀐 근무 형태를 잘 지키려고 한다"며 "하지만 분위기상 아직 제대로 정착되진 않은 것 같다. 직원 개인이 좀 더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회사가 더 권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통 방식에서도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수평적 위치에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회사 로비에서 각본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직원은 "수직적 직급이 존재하는 회사에서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소통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현대차는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정 수석부회장의 그간 행보를 고려할 때 현대차가 완전 자율복장 제도처럼 파격적인 변신을 더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 딱 말할 수 있는 건 없지만, 내부적으로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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