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뚜기 사옥 앞 시위장에는 총 다섯 명의 시위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새로운 문구의 플래카드가 추가됐다. 또한 트럭까지 동원해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있다. /대치동=신지훈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신지훈·이성락·서민지·이진하·이한림·지예은·정소양·이민주·이지선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조원태 회장의 첫 기자간담회…'솔직 담백' 인간미 '눈길'

[더팩트ㅣ정리=서민지 기자] -어느덧 상반기 마지막 달인 6월도 한 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한 주도 경제계에는 다양한 이슈들로 가득 찼는데요. 의문점 투성이인 일도 있었죠. 착한 기업 이미지로 '갓뚜기'라 불리는 오뚜기 사옥 앞에서 주최도, 대상도 해명도 없는 의문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인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데뷔전부터 '철의 날' 행사에 웃지 못한 포스코·현대제철, 여신협회장 '관피아' 논란 등을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최고OOO는 누구일까요? 오뚜기 회장님' 궁금증 더해가는 갓뚜기 앞 시위

-오뚜기 사옥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괴상한 시위'에 대한 기사 잘 봤습니다. 여전히 시위는 현재 진행 중인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7일 오뚜기 사옥 앞을 다시 찾아 살펴봤습니다. 오전부터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총 다섯 명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위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제가 현장을 취재한 날 중 가장 많은 시위자가 있었는데요. 다섯 명 중 한 명은 잠을 자고 있었으며, 나머지 네 명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이들에게 다가가 왜 시위를 하는지, 시위의 목적은 무엇인지, 플래카드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져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였습니다.

-이날도 현장에선 시위를 주최한 사람을 만날 수 없었던 건가요?

-그렇습니다. 다섯 명의 시위자 중 주최자는 없었는데요. 시위장 그 어디에서도 주최자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들에게 주최자는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을지 물으니 명함을 주면 주최자에게 전해주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속는 셈 치고 명함을 전달하며 꼭 연락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이 시위자들에게 여섯 번째 명함을 전달한 것이지만, 앞선 다섯 번의 전달에서 주최자로부터 연락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위 주최자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시위라…갈수록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이런 상황에 현장에 걸린 플래카드는 더욱 늘었다죠?

-이날 현장에는 처음 보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습니다. 굉장히 아리송한 플래카드였는데요. 문구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적혀 있길래 그런가요?

-'최고 OOO는 누구일까요? 오뚜기회장님'이라고 적혀있었는데요. OOO으로 주어를 생략해 더욱 궁금하게 걸어놨습니다. 시위자들에게 OOO은 무엇인지 물어봤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였습니다. 이를 두고 '피해자, 가해자, 책임자, 거래자, 위선자' 등 수많은 추측만이 난무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날은 1.5톤 트럭을 동원에 '12억 원! 한 달 급여 몇백만 원 받는 오뚜기 영업사원이 책임져야 되나요? 존경하는 오뚜기 회장님'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한 장 더 걸었습니다.

-갈수록 시위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이들이 과거 한 대형식품사 앞에서도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고 했죠?

-맞습니다. 앞서 취재 당시 해당 식품사 홍보팀에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해봤었는데요. 해당 식품사는 시위를 일일이 기록하지는 않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라 이들이 과거 한 식품사에서 이 같은 시위를 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오뚜기 측에서는 시위와 관련해 변동 사항은 없다고 하던가요?

-그렇습니다. 이날도 오뚜기 관계자는 <더팩트>에 "시위와 관련해서 변동 사항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시위의 목적이나 성격 등에 대해서도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뭐라고 짧게 해명이라도 듣기를 원했지만 궁금증을 갖지 말라는 식이었습니다. 그저 앞선 대답과 같이 "잘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했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잘못을 인정하든가, 억울하거나 오해가 있었다면 해명하면 되는데 오뚜기는 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이 같이 시위의 주최자도 '갓뚜기'로 불리는 오뚜기도 설명이 없기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오뚜기 사옥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오리무중이네요. 앞으로 시위와 관련해 추가 확인되는 내용이 있다면 전달 부탁드립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회장'으로 첫 기자간담회…'솔직 담백' 조원태의 인간미

-재계 소식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서 처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가 열렸죠. 국내 취재진 입장에서는 3일 진행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기자간담회가 하이라이트였다면서요.

-맞습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지난 4월 별세한 이후 그룹 경영을 이어받은 조원태 회장이 공식적으로 처음 취재진 앞에 서는 날이기 때문에 그의 입과 행동 하나하나에 국내외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는데요. 미리 총평하자면 조원태 회장은 그야말로 솔직 담백했습니다. 경영권 문제 등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냈죠.

-그렇군요. 현장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일단 조원태 회장의 등장부터 인상 깊었는데요. 이렇다 할 경호 없이 다소 낡아 보이는 서류 가방을 들고 나타난 그는 주위 직원들과 눈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았습니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도 여유로운 표정이었죠. 행동이나 말투에서 잘 준비된 기업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며 답을 제때 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러자 기자간담회 진행을 맡은 한진그룹 임원이 "원래 우리 회장님이 한국말을 잘하시는데, 긴장을 하셨는지 '단어'를 찾는 데 애를 먹으시는 것 같다"며 농담을 던졌는데요. 이에 조원태 회장은 멋쩍게 웃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죠. '회장님'답지 않은 친근함(?)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조원태 회장은 질문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IATA 연차총회 자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인 만큼 "항공 사업과 총회에 대해서만 질문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죠. 그는 정해진 시간보다 20분 정도 늘어난 1시간 동안 총 17개의 질문을 받으며 솔직한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물론 경영권 문제나 KCGI 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겠죠.

-네, 조원태 회장은 "상속 문제에 대해 가족 간 협의가 완료됐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가족 간 갈등설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잘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죠. 그는 대한항공 경영권을 놓고 KCGI와 어떤 논의를 나누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KCGI는 한진칼의 대주주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며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습니다.

-극도로 말을 아낀 부분도 있었는데요.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은 이 질문에 대해서도 잘라 말하지 않고 "이 부분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자세를 낮추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일단 기자간담회만 보면 조원태 회장의 데뷔전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연차총회와 기자간담회만 놓고 보면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그의 경영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집안 문제는 물론 외부 세력의 공세도 막아내야 하죠. 벌써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조원태 회장 선임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 '조원태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향후 이러한 난관을 조원태 회장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포스코·현대제철, 철강업 최대 행사 '철의 날'에 웃지 못한 이유

-이번에는 철강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국내에서 용광로(고로)를 운용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비상에 걸렸습니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문제로 지방자치단체가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예고한 까닭인데요. 행정 처분이 집행될 경우 수천억 원대 손실이 예고된 가운데 철강인들은 철강업계 최대 행사인 '철의 날'에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고요?

-네, 충남도가 지난 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로고에 대한 조업 정지 10일 처분을 최종 확정 발표했는데요. 브리더(bleeder)라는 고로 안전밸브를 개방해 무단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포스코가 운용하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도 고로 각각 1기씩 10일 조업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죠.

-특히 이날은 공교롭게도 국내 철강산업 최대 행사로 손꼽히는 '철의 날' 행사가 열린 날이었습니다. 철의 날이 지난 1973년 6월 9일 국내 최초의 고로인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1고로에서 처음으로 쇳물이 나온 날을 기념하고자 만든 날이라는 점에서 철강업계에 충격이 더했죠.

-철강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먼저 현대제철은 이번 당진제철소 2고로 10일 조업 정지 처분에 따라 최대 8000억 원의 피해액이 추정된다고 밝혔는데요. 고로를 10일간 멈출 경우 쇳물이 굳어져 복구 작업에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부가적인 손실이 막대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날 철의 날 행사에 참석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개선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고 말했는데요. 조업 정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연신 굳은 표정을 지으며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조업 정지 처분에 대해 소명 절차를 밟고 있는 포스코도 같은 반응이었는데요.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고로 12개 중 9개를 포스코에서 가동하고 있는 만큼 조업 정지 처분이 확정될 경우 포스코도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죠. 이날 철강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철강협회 차원에서 입장문을 내겠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철강업계는 오랫동안 고로의 안전 가동을 위해 브리더 개방은 불가피한 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번 환경부와 지자체의 결정이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처분을 먼저 감행하는 게 아니냐며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산업부 입장에서도 환경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철강업체의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인데요. 철강업계 최대 행사가 우울한 날이 된 만큼 정부와 업계의 갈등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관료 출신'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7일 회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제12대 여신금융협회장으로 단독 내정됐다. /여신금융협회 제공

◆'관(官)' 출신 회장 후보 택한 여신협회 회추위…노조 '씁쓸'

-금융권에서는 이번 주도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거로 한창 시끄러웠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여신금융협회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제12대 여신금융협회 회장 최종 후보로 단독 내정됐습니다. 이날 회추위는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유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등 3명의 숏리스트 대상 후보를 차례로 면접하고 투표를 거쳐 김 전 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습니다.

-그렇군요. 앞서 사무금융노조가 '관료 출신'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국은 '관' 출신 인사가 최종 후보자로 내정됐나 보네요.

-맞습니다. 카드·캐피탈업계 노동자로 이뤄진 사무금융노조는 지난달 28일 '관료 출신 낙하산인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4일에는 "모 후보가 과거 모피아의 썩은 동아줄을 활용해 회원사들을 압박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관료 출신 인사가 선출되면 대표적인 낙하산 사례로 규정하겠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는 김 후보자를 겨냥한 성명서였죠.

-김 후보자는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 증권국, 국제금융국, 금융정책실 등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금융정책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까지 역임한 바 있습니다.

-노조의 반대가 컸던 만큼 회추위에서도 투표에 앞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네, 실제로 회추위는 이날 두 차례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최종 결정에 앞서 고민만 깊었을뿐만 아니라, 위원들간 의견도 엇갈렸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 후보자가 7표 이상 표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지 못 할 경우 재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셈이죠.

이번 결정에 따라 김 후보자는 오는 18일 임시총회에서 70여개 회원사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제12대 여신협회장으로 공식 선임됩니다. 여신협회장 임기는 총 3년입니다.

-노조의 반발이 큰 만큼 신임 회자의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을 거 같은데요. 이날 단독 후보 결과를 들을 노조의 입장은 어떤가요?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현재로서는 반대 운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노조가 이번 협회장 내정에 반대하고 나선다고 투표 결과가 바뀌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제 역할을 잘해달라"면서 차기 여신협회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이에 맞는 대응에 나설 계획입니다.

-최근 들어 카드·캐피탈업계는 당국의 규제로 더욱 힘들어져 가는 상황입니다. '민간', '관료' 등 출신을 떠나 당국에 맞서 업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고 목소리 낼 수 있는 신임 회장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jisse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