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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애경 '퀀텀점프' 신사옥, '돌잔치'도 전에 '갑질 논란' 휘말려
입력: 2019.06.07 06:00 / 수정: 2019.06.07 08:34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홍대 신사옥으로 이전하며 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사옥 내 AK&홍대 상인들은 애경 측이 임대료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포=이진하 기자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홍대 신사옥으로 이전하며 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사옥 내 'AK&홍대' 상인들은 애경 측이 임대료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포=이진하 기자

애경 신사옥에 비난 현수막, "AK몰 입점주 다 죽인다" "1억 이상 적자" 등

[더팩트|마포=이진하 기자] "애경 회장님이 '퀀텀점프' 하겠다고 했는데 입점 상인들도 함께 잘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비싸기만 한 임대료만 챙겨 갈 뿐 상생 노력이 없어요, 정말 없습니다."

홍대 신사옥으로 이전하며 '퀀텀점프'(혁신으로 단기간 비약적 발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홍대사옥에 입점한 한 상인은 언성을 높이며 애경그룹의 처사를 성토했다. 이곳의 상인들 대부분은 매출은 부진한데 임대료는 비싸게 챙겨가는 애경에 강한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해 8월 홍대 시대를 연 뒤 1년도 안 돼 높은 임대료와 쇼핑몰 운영 등의 문제점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애경 신사옥 쇼핑몰 '논란'을 취재했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공항철도·경의선 홍대입구역 역사에 그룹 통합사옥인 '애경 타워'를 완공하고 본격 홍대 시대를 열었다. 이곳은 계열사 사무실 외 쇼핑몰과 호텔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애경은 그룹 도약과 홍대 상권의 새 명소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오픈 1년도 안 돼 입점 상인들과 갈등을 빚으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지난달 31일 홍대 사옥 외벽에는 애경 갑질 논란을 나타내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AK몰 입점주 다 죽인다", "1억 이상 적자!", "애경은 임대업자" 등 애경을 비난하는 문구로 채워져 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퀀텀점프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홍대 사옥 내 쇼핑몰이 오픈 1년도 채 되지 않아 임대료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애경그룹 신사옥인 AK&홍대 건물. /마포=이진하 기자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퀀텀점프'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홍대 사옥 내 쇼핑몰이 오픈 1년도 채 되지 않아 임대료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애경그룹 신사옥인 'AK&홍대' 건물. /마포=이진하 기자

◆ 상인 측 "애경, 높은 임대료 챙겨가면서 상생 노력 없다"

애경그룹의 신사옥이자 AK&홍대가 있는 이 건물은 거주민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NSC(네이버후드 쇼핑 센터) 상권 특화형 쇼핑센터다. 10~40대를 타깃으로 시코르, 나이키, 무지, 스파오 등 패션·뷰티숍과 총 18개의 식음료점이 입점해 있다.

홍대역 부근이란 입지적 이점과 여러 백화점을 운영한 노하우가 있는 애경이 만든 복합쇼핑몰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상인들은 입점을 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오픈 초기부터 고객 유입이 적었고, 애경 측이 마케팅을 위해 활성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상인은 "높은 임대료에 관리비까지 내고 있는데, 애경 측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상생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뻔뻔한 행동"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상인 B 씨는 "관리를 얼마나 안 하는지 지난 1월에 나간 매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며 "이미 4개월만 영업하고 나간 매장 사진을 마케팅 차원이라며 자사 공식 SNS에 올린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상인들은 입점 당시 AK플라자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임대료 문제가 제기되자 건물은 회사 소유가 아니라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취재진이 방문한 5층 F&B 매장은 식음료 매장으로 채워져야 할 공간에 갤러리가 마련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이곳은 오픈 당시 초밥집이었으나 영업 손실이 지속되자 6개월도 안 돼 장사를 포기하고 나간 곳이라고 말했다. 애경 측은 이곳에 새로운 입주 상인이 나타나지 않자 갤러리란 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했던 것 중 하나는 백화점보다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였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매출의 18~20%의 입점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지만, AK&홍대는 고정 임차료와 관리비를 낸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소 보장 임차료'란 내용으로 매출과 상관없이 고정된 임차료를 지불해야 했다.

여기에 한 상인은 "계약 당시 제시했던 브로슈어와 전혀 다르게 고객 유입이 없고, 매출이 나오지 않아 매달 임차료가 걱정"이라며 "우리 점포는 다른 대기업 복합 쇼핑몰에도 입점해 있다. 거기는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상인과 소통해 이벤트를 진행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애경은 아니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의 홍대사옥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를 비롯해 애경산업, AK켐텍, AKIS, 마포애경타운, 제주항공 등 6개 계열사가 함께 근무하고 있다. 애경타워는 마포애경타운이 소유하고 있고, AK&홍대 입점 당시에는 AK플라자가 기획을 담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팩트>가 찾은 4일 AK&홍대 5층 F&B 스토어는 오픈 1년이 채 되지 않아 점포가 바뀌거나 빠진 곳이 곳곳에 보였다. 사진은 F&B 스토어에서 점포가 임대되지 않자 애경 측이 만든 갤러리 공간. / 마포=이진하 기자
<더팩트>가 찾은 4일 'AK&홍대' 5층 F&B 스토어는 오픈 1년이 채 되지 않아 점포가 바뀌거나 빠진 곳이 곳곳에 보였다. 사진은 F&B 스토어에서 점포가 임대되지 않자 애경 측이 만든 갤러리 공간. / 마포=이진하 기자

◆ 애경 측 "'최소 보장 임차료' 계약 시 동의·매출 활성화 의무 없어"

애경은 상인들 주장과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도 매출이 부진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또 고정 임대료 지불에 대해서는 계약서 상에 명시가 되어 있고, 이것을 동의해서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 백화점이 아닌 복합 쇼핑몰 매장이기 때문에 매출 활성화에 기여할 의무는 없다고도 주장했다.

애경 측은 <더팩트>에 "최근 상인들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협상이 생각보다 진행이 잘 안 되어 '갑질'이란 과격한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고객 유치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입점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이 외부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매출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애경 측이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언급하며 고객 유치 방법은 다방면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먼저 지하철 역사 안내방송부터 시작해 지하철 출구에 있는 입간판, AK&홍대 캐릭터를 자체 제작해 홍보에 활용한 것, 홍대란 지역 특성에 맞게 인디밴드를 초청해 실내 공연을 선보인 것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달랐다. 홍대 인근에 사는 직장인 강 모 씨는 "연트럴 파크(경의선 숲길 공원 연남동 구간)를 자주 찾는데, AK&홍대는 처음에 그냥 애경 건물인 줄 알았다"며 "공원은 독특한 문화가 있지만, (애경) 쇼핑몰은 콘셉트도 모호하고 원하는 브랜드도 없다. 가격도 다른 곳 보다 비싼 편"이라고 답했다. 다른 소비자들도 호의적 반응은 소수에 불과했고 다수가 부정적이었다.

서울의 한 복합 쇼핑몰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백화점과 다른 수수료 책정을 하는 것은 맞지만, 매출이 떨어지면 매출 다각화를 위해 힘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매출이 떨어진 매장을 위해 본사가 비용을 부담해 50% 쿠폰 이벤트를 열기도 하는 등 상생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쇼핑몰이 개인별 상인이 들어와 있는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의 브랜드"라며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은 상생의 측면도 있지만 브랜드 관리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AK&홍대의 부실한 주차 시설을 지적하기도 했다. 관악구에 사는 배 모씨는 "AK&홍대는 지하 주차장 대신 주차 타워가 있어 대기 시간이 길어 불편했다"며 "차를 갖고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이 주차 시설을 문제삼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편의 시설이 불편하면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애경그룹은 "홍대 건물 주변에 지하철 3개 호선이 연결되어 있고, 근린시설로 설정돼 있다"며 "지하 주차장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주차 타워를 설치했고, AK&홍대와 주차 시설은 모두 마포애경타운 소속"이라고 답했다.

한편 애경은 조만간 상인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협의점을 찾을 예정이다. 애경이 오는 8월 홍대시대 1주년을 맞기 전에 입점 상인들과 갈등을 끝내고 기분 좋게 돌잔치를 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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