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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여행업계 저가 패키지 경쟁…"이대로는 위험하다"
입력: 2019.06.03 06:00 / 수정: 2019.06.03 06:00
여행업계는 지금과 같은 저가 패키지 상품 구조로는 여행사의 수익은 물론 고객들의 안전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저가 경쟁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다뉴브 강 사고현장에서 대한민국 정부 신속대응팀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부다페스트=뉴시스
여행업계는 지금과 같은 저가 패키지 상품 구조로는 여행사의 수익은 물론 고객들의 안전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저가 경쟁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다뉴브 강 사고현장에서 대한민국 정부 신속대응팀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부다페스트=뉴시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 "이번 사고는 저가 경쟁이 만들어낸 것" 지적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수익을 생각해서라도 일정을 취소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를 두고 유럽 현지여행사(랜드사)를 운영하고 있는 A소장은 이같이 말했다. 사고 당시 부다페스트에 뇌우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행사가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은 20여 일간 내린 비로 유랑이 평소 2배는 늘었으며 유속도 매우 빨라진 상태였다.

A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자유여행객이었다면 사고 당일 유람선을 탑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당시 날씨가 운행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고 당일과 같은 날씨에 자유여행객들은 유람선을 타기 보다는 강변에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감상하는 편이다. 사고를 당한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탔던 것은 패키지 관광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사고 유람선은 정기선이 아닌 전세선이었기 때문에 현지여행사 입장에선 운행을 취소하기 부담스럽다.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유람선사 측에 취소 수수료까지 부담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의 원인은 유람선 간의 추돌로 인한 것이었지만 결국 관광 옵션 등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저가 패키지 상품도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국내 한 대형여행사의 현지여행사를 운영 중인 B소장도 국내 여행사의 저가 패키지 상품이 지닌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여행사의 동유럽 패키지 상품 가격은 150~200만 원 대가 일반적. 이 가격에 항공권과 호텔, 식사, 관광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B소장은 <더팩트>에 "애초 이 가격으로 상품을 구성해 마진을 남긴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국내 여행사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한 후 이들의 관광은 현지 일정을 진행하는 현지여행사(랜드사)에 맡긴다. 이때 낙찰되는 현지여행사는 당연히 최저가를 제시하는 곳이다. 그러나 현지여행사도 수익을 남겨야하기 때문에 고객을 상대로 옵션으로 들어가는 관광에 목숨을 걸게 되며, 무리한 옵션과 쇼핑 등을 강요하게 된다. 결국 저가 패키지 상품의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저가 패키지 상품에 기인한 무리한 일정 진행, 등급이 낮은 옵션 관광 등이 이번과 같은 사고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참좋은여행 사고대책본부의 모습. / 중구=신지훈 기자
여행업계는 저가 패키지 상품에 기인한 무리한 일정 진행, 등급이 낮은 옵션 관광 등이 이번과 같은 사고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참좋은여행 사고대책본부의 모습. / 중구=신지훈 기자

즉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저가 패키지 상품에 기인한 무리한 일정 진행, 등급이 낮은 옵션 관광 등이 이번과 같은 사고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가 난 헝가리 다뉴브 강 야경투어도 국내 여행사 대다수가 최대한 견적을 싸게 부르는 업체를 찾는데만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뉴브 강에서 야경투어를 진행하는 유람선 업체는 크기와 보유시설이 모두 제각각으로 100명 이상 탑승 가능한 대형 유람선으로 투어를 운영하는 곳도 많다. 그럼에도 국내 여행사들은 비용을 이유로 오래된 유람선으로 투어를 운영하는 업체들과 전세계약을 맺어온 것.

대형여행사 유럽팀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국내 여행사의 실상을 자세히 이야기 해줬다. 그는 "국내 여행사 대다수 관계자들은 그저 싼 게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으며 "저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들을 대형 크루즈에 탑승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유람선이 낡았다는 지적도 많다. 낡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우리라고 왜 고객들을 좋은 유람선에 태우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 및 일본 여행사도 일부 저렴한 곳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다수가 대형 유람선을 이용해 야경투어를 즐긴다. 아무래도 국내 여행사가 전세로 이용하는 유람선의 비용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 장치도 미흡하고 또 사고 위험성도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업계가 저가 패키지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손보는 한편, 수익을 목적으로 여행객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폐해가 화살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여행사와 정부, 협회, 학계 등이 지속적으로 모여 두 번 다시는 이번 참사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참좋은여행 측은 이번 사고로 모든 여행상품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은 브리핑 중인 이상무 참좋은여행 전무 /중구=임세준 기자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여행사와 정부, 협회, 학계 등이 지속적으로 모여 두 번 다시는 이번 참사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참좋은여행 측은 이번 사고로 모든 여행상품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은 브리핑 중인 이상무 참좋은여행 전무 /중구=임세준 기자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번 사고는 여느 여행사에서 발생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여행사의 저가 상품 경쟁이 극에 달했다. 이번 사고는 해당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 현지에서 일정을 진행한 랜드사는 물론 더 나아가 저가경쟁을 촉발한 여행업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과 같은 상품 구조로는 여행사의 수익은 물론 고객들의 안전도, 여행의 즐거움도, 그 어떤 것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형 여행사와 한국관관공사, 한국여행업협회, 학계 등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두 번 다시는 이번 참사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한국인 단체 관광객의 여행을 알선한 참좋은여행은 모든 여행상품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선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1일 "현재 다뉴브 강을 포함해 유럽지역 5개 유람선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며, 동남아와 미주에도 유사한 상품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판매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판매 중인 7000여 여행상품을 모두 검토해 위험 요소가 있는 일정의 판매를 중지하거나, 안전조치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현지여행사를 통해 여행일정을 진행해 사고를 더욱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협력사를 끼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지 인솔자나 가이드에게 여행 진행 여부를 떠넘기지 않고 보다 강력한 지침과 구체적인 안전 매뉴얼을 마련해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들도 다뉴브 강 유람선 투어를 일제히 중단하고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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