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31일 노조의 주총장 점거로 주총 장소를 울산대로 변경해 회사 분할 안건을 의결했다. 노조는 "날치기 통과는 불법"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重 "노사간 신뢰구축에 전력 기울일 것"

[더팩트 | 이한림 기자]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주주총회장 점거로 주총 장소를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회사 물적 분할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노조는 "날치기 주총은 법적 효력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노사간 대립은 극대화될 전망이다.

31일 현대중공업은 오전 11시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핵심 안건인 회사 물적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총은 10여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으며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당초 현대중공업 주총은 이날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지난 27일부터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노조의 강경한 반대로 주총 장소와 시간을 급히 변경했다.

주총 장소 변경 소식을 확인한 노조는 20㎞ 가량 떨어진 울산대로 오토바이 등을 통해 급하게 이동했으나 주총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노조는 '날치기 통과'라며 회사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로의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들만을 미리 울산대 체육관에 모아서 의결 처리하는 것은 중대한 절차위법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사간 대립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노조는 사측의 주총 장소의 당일 변경이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 여부와 총회 참석권과 의견 표명 기회 박탈 등을 꼬집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현대중공업이 주총을 열고 안건을 의결하자 즉시 성명을 통해 "주주총회는 모든 주주에게 참석과 자유로운 의견 표명의 기회가 보장돼야만 유효한 개최로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주주들에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어도 시간과 장소는 상법에 따라 최소 2주간 전에 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원은 이어 "그러나 오늘 현대중공업은 당초 개최시간을 이미 경과한 이후에야 당초에 통지한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 체육관으로, 개최 시각도 최초 통지와 달리 오전 11시 10분으로 변경해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며 "당초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로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만을 미리 울산대 체육관에 모아서 의결처리 하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주원호 전무를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양 사의 분할 등기일은 오는 6월3일이며 한국조선해양은 같은날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총에서 의결된 안건인 회사 분할을 통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계획대로 설립할 방침이다. 신설된 지주회사는 현대중공업의 사업법인, 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사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물적분할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노사 간 신뢰구축에 전력을 기울여 빠른 시일 내에 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고용 안정, 단협 승계 등 임직원과 약속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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