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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신동빈·황각규 현장 경영 박차…'글로벌 롯데' 현실화
입력: 2019.05.29 11:55 / 수정: 2019.05.29 11:55
롯데그룹 투톱인 신동빈 회장(왼쪽)과 황각규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롯데로 발돋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더팩트 DB
롯데그룹 투톱인 신동빈 회장(왼쪽)과 황각규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롯데'로 발돋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더팩트 DB

롯데그룹, 중국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이 글로벌 영역 넓히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룹을 이끄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경영 수뇌부가 적극적으로 현장 경영에 나서며 '한중일 중심의 유통 회사'에서 '글로벌 롯데'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 황각규 부회장 인도 방문…글로벌 경쟁력 확보 주력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이날 인도 첸나이, 아마다바드 등 지역을 방문해 글로벌 현장 경영을 이어나간다. 이는 사업 전망이 밝은 신남방지역에 대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먼저 황각규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 '롯데 인도 연구개발(R&D) 센터'가 들어설 마드라스 인도공과대학(IITM) 리서치파크를 방문했다. '롯데 인도 R&D 센터'는 최근 롯데그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사업의 글로벌 거점으로 꼽히는 장소다. 황각규 부회장은 내부 공사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만나 진행 상황을 꼼꼼히 챙겼다.

롯데는 인도 현지 우수 IT 인력을 활용해 글로벌 R&D 역량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드론을 활용한 대형시설물 안전관리, 빅데이터 기반 공정 자동제어 솔루션 등 스마트 팩토리·스마트 물류 구현을 위한 주요 과제를 실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외 인공지능(AI) 기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솔루션 구축, 무인 매대 관리시스템 등 서비스·유통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IITM 리서치파크에는 74개 기업의 R&D 센터와 184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며 "여러 기관과의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각규 부회장은 첸나이 지역 롯데제과 제1초코파이 공장과 아마다바드 지역 하브모어 빙과 공장에도 방문했다. 그는 현장에서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990년대 말 롯데제과 제품을 수출하면서 인도와 인연을 맺은 롯데는 현재 인도에서의 사업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인도 남북을 잇는 초코파이 벨트를 구축하고, 빙과로 시장을 확대하는 등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및 롯데첨단소재는 현지 법인을 두고 사업 및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통과 관광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한국과 인도에서 세 차례에 걸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인도 내에서의 투자 확대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며 롯데가 13억 인구 인도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황각규 부회장은 "인도는 세계 2위 인구 대국이자 IT 강국으로, 롯데의 신남방지역 진출의 요충지이기도 하다"며 "인도공과대학에 R&D 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계기로 롯데 전 사업 영역에 걸친 디지털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인도 마드라스 인도공과대학 리서치파크 관계자들과 실험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인도 마드라스 인도공과대학 리서치파크 관계자들과 실험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 신동빈의 큰 그림…중국 넘어 전 세계로 영토 확장

앞서 황각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파키스탄 현지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또한 신남방 정책의 핵심 시장으로, 롯데가 지속적인 사업을 펼치기 위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곳이다. 롯데는 2009년 LCPL(롯데케미칼 파키스탄)을 인수해 파키스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11년 제과회사인 콜손과 지난해 음료회사인 악타르 음료를 각각 인수하며 사업을 키웠다. 지난해 기준 파키스탄 내 9개 롯데 사업장의 매출 규모는 7000억 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신동빈 회장은 미국에 있었다. 롯데케미칼 미국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 참석하고,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하는 등 선진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 경영을 펼쳤다. 당시 신동빈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의 대미 투자와 투자 확대 방안, 롯데그룹에 대한 미국의 협조 및 지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듯 최근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경영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글로벌 롯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인 전략은 인도·파키스탄 등 신흥국과 미국 등 선진국을 동시에 공략하며 최대한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불안정한 경제 환경 속에서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신시장 개척 행보가 활발하다"며 "그중에서도 롯데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한중일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이라는 기존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는 해외 진출 대상을 최대한 넓게 바라보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북미 등 사실상 모든 국가가 공략 또는 공략 예정 지역이다. 최근에는 남쪽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러시아 극동 지역까지 선제적으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롯데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낙점한 지역은 ▲외식·식품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미얀마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면세점·롯데지알에스·롯데케미칼 등 10여 개 계열사를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면서 최근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2016년까지 총 1조8000억 원을 투자, 전 사업 부문이 진출해 '제3의 롯데' 설립이 기대되는 베트남 ▲식품·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는 러시아와 몽골 등이다.

이러한 롯데의 '글로벌화 전략'은 중국에서의 뼈아픈 기억과 무관치 않다. 해외 사업 중심축을 중국에 놓고 수조 원을 투입해 사업을 키웠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재계에선 눈에 보이는 매출 하락 외에도 사업 기회 손실 등으로 입은 유무형의 피해를 합치면 그 규모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속성장'을 궁극적 목표로 잡은 롯데 입장에서는 사드 사태와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역을 공략하며 '글로벌 진출 지도'를 다시 그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재계 판단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총 8조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상승했지만, 중국에서의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롯데는 2016년 2조 원 이상의 중국 매출을 올리다가 2017년 1조 원대로 내려선 후 지난해 700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 해외 국가별 매출 비중도 2016년 중국이 25%로 가장 높았으나, 2017년 3위(13.3%), 지난해 4위(7.9%)로 떨어졌다. 기존 중국의 자리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국 등이 채우고 있다.

롯데의 '탈중국 및 글로벌화' 추진 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가별 매출 비중 역시 변화 가능성이 크다. 현재 롯데는 면세점을 통해 오세아니아 지역에 발을 들이는 등 신시장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진출국 다변화로 인해 국가별 매출 비중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며 "향후 선진국 시장 진출 확대, 인수합병 추진 등이 가속화되면 더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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