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이 끊임없는 '성적 불평등'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진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
삼진제약 여사우회 '예란회', 남직원 대상 일일호프 행사 기획...일부 직원 반발로 무산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진통제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차별기업으로 지목되고 있어 논란이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최근 사내 여직원들로 구성된 '예란회'를 중심으로 환아 의료비 지원 수익금 마련을 위해 '일일 호프'를 계획했다가 일부 직원들이 '성적 불평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해 취소했다.
'예란회'는 삼진제약의 여사우회로 지난 1985년 결성됐다. 예란회는 직원들의 친목활동뿐만 아니라 자선 바자회,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 나눔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35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당시 계획된 '일일호프'는 마포구 본사 직원과 인천 영업소 직원 등 주로 남자들을 초청하고 술 판매는 여성 직원으로 구성된 '예란회'가 맡는 방식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임원의 지시로 기획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번 일일호프의 경우 여직원을 중심으로 남직원을 초대해 술을 판매하는 방식이 심각한 성적 불평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일부 직원들의 거센 반발으로 무산됐다.
삼진제약 예란회가 일일호프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란회는 지난 2012년 12월 6일 '일일 자선호프 겸 음식바자회'를 열었다. 당시 판매 수익금과 당일 행사에 참석한 임직원들의 기부금 등으로 총 300만 원이 마련됐으며, 해당 수익금으로 서울시 마포구 독거노인복지센터를 통해 홀몸노인들에게 '사랑의 쌀' 60포(1200kg)을 전달한 바있다. 당시에도 행사 기획과 판매 및 진행 등은 '예란회'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행사가 이번에 문제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는 초대 대상이 남자직원, 판매는 예란회로 못박은 부분과 '술 판매'로 한정한 것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란회는 지난 2012년 '일일 자선호프 겸 음식바자회'를 열어 총 300만 원이 마련했으며, 해당 수익금은 서울시 마포구 독거노인복지센터를 통해 홀몸노인들에게 '사랑의 쌀' 60포(1200kg)로 전달됐다. /삼진제약 제공 |
이에 대해 삼진제약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예란회에서 일일호프를 기획한 것은 맞다"면서도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남녀직원을 불문하고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서 초대대상을 남자직원, 판매를 예란회 회원으로 한정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2년에도 바자회와 함께 일일호프를 진행한 바 있다"며 "당시에도 여성직원들만 일한 것이 아니라 남성 직원들도 함께 일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행사 역시 예란회가 주체가 되는 것은 맞지만 다른(남성) 직원들도 함께 일하는 분위기로 기획되고 있었다"며 "실제로 남성 직원들로 구성된 동호회와도 일일호프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였으며, 기획이 완료되기도 전에 익명 게시판에 문제 제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삼진제약 예란회는 삼진제약 본사 여직원이 입사와 동시에 자동가입되는 단체로 탈퇴가 불가능하다. 예란회 임원 등이 행사를 기획할 경우 자동적으로 삼진제약 본사 여직원들은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와 관련 삼진제약 관계자는 "본사에 재직 중인 여직원들이 모두 예란회에 가입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행사 참여 등은 자발적인 부분으로 강제성을 띄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란회 활동은 뮤지컬 감상 등 친목활동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강제한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며 "예란회의 모든 활동은 강제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진제약 측은 임원의 지시로 기획된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알려진 대로 회사임원진의 공식적인 지시나 강요는 없었으며, 행사를 일방적으로 통보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예란회의 임원진과 기부금을 지원하는 부서의 직원이 함께 행사 관련한 범위·예산에 대해서 논의 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삼진제약은 여직원들로 구성된 '예란회'를 중심으로 환아 의료비 지원 수익금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 진행을 계획했다가 일부 직원들의 반발로 행사를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저소득층 환자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랑나눔 일일호프' 행사를 진행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는 무관하다. /뉴시스 |
다만 당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 했던 것에 대해선 깊이 통감, 행사를 취소키로 했다는 게 삼진제약 측 설명이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애초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두 번의 회의를 거쳐 수익금을 모아 환아를 돕는 행사 취지로 기획됐다"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행사기획이,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한 익명게시판 글로 이렇게 까지 비화가 된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사 예란회는 행사 개최에 단 한 명의 구성원의 의견이라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통감한다"며 "개요·취지에 대한 재 회의를 거쳐 이번 행사는 취소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일을 통해 동호회의 회칙과 관련해 행사 기획 당시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방향으로 수정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앞으로도 직원과의 소통·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예란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에도 여성차별 의혹으로 곤혹을 겪은 바 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3월 여성차별기업으로 지목돼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SNS상에서 논란이 됐다. 당시 여성고용차별 기업을 고발하고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남초불매운동·여성차별기업 고발' 트위터에 "두 번째 불매기업은 삼진제약입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계정은 삼진제약이 여성 직원의 진급과 급여 등이 남성에 비해 늦는 등 인사 차별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있었던 여성 차별 논란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삼진제약이 이번 사건에 대해 빠른 입장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제약사들도 그에 맞춰서 생각하고 나아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진제약은 지난해 매출 2600억 원, 영업이익 595억 원을 달성한 국내 중견 제약사다. 특히 삼진제약은 업계 최상위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한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0%에도 못 미치는데, 삼진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2.88%를 기록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