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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진정성 없다 하니…"신동빈 선처해달라" 탄원서 내민 신동주
입력: 2019.05.18 05:00 / 수정: 2019.05.18 05:00
롯데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비리·국정농단 연루 등으로 기소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더팩트 DB
롯데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비리·국정농단 연루 등으로 기소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더팩트 DB

롯데그룹이 '신동주 탄원서'를 반기지 않는 이유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영비리·국정농단 연루 등으로 기소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선처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A4 용지 3장 분량 탄원서에는 구구절절한 호소로 가득 찼다. 내용 일부를 가져와 봤다.

"신동빈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지만, 동생이 2018년 2월 1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지금 이대로라면 아버지가 일생을 바쳐 일군 롯데그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대립을 수습하고 보다 큰 대의를 위해 형제가 화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보낸 '화해 제스처'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편지를 통해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는 올해 설날을 앞두고 편지를 보내 "우리 형제가 다툼을 계속 이어 나가며 아버지께 큰 심려를 끼치고 있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다시 한번 형제가 손잡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효도가 될 것"이라며 설날에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롯데 일가에 정통한 사람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진정성'을 두고 물음표를 제기한다. 롯데그룹 측이 이러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메시지가 공개될 때마다 진정성을 의심하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날 편지' 당시에도 그랬다. 이번 탄원서에 대해 롯데그룹 측이 진정성이 보인다고 판단한다면, 신동빈·신동주 형제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이전과 같이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형제간 화해 가능성을 엿볼 수 없는 '깜깜이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재계에서는 탄원서가 편지와 마찬가지로 진실된 화해 의지보다 본인의 경영 복귀를 목적을 둔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며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당초 내용을 공개할 계획은 없었으나, 한 매체 보도에 따라 입장을 전달한다'며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면서 "하지만 롯데그룹 측이 사생활이 담긴 내용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을 반길 이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 진정한 화해를 원했다면 이 같은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탄원서 공개 역시 이전 편지와 같이 경영권 복귀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탄원서 제출을 놓고 신동빈 회장에게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로 보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이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탄원서 제출이 형제의 관계 회복으로 연결되진 않을 전망이다.
재계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탄원서 제출을 놓고 신동빈 회장에게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로 보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이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탄원서 제출이 형제의 관계 회복으로 연결되진 않을 전망이다.

탄원서를 놓고 의심 섞인 반응이 나오는 두 번째 이유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전보다 입지가 더욱더 좁아진 상태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 복귀해 '원톱'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경영 개입 여지가 사실상 완전히 차단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재기를 위해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먼저 손을 내일었다'는 명분으로 롯데그룹의 불편한 곳을 건드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올해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국정농단과 관련한 대법원 최종 판단이 그의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을 지키고 싶다'는 취지로 탄원서를 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가 지난 몇 년간 '롯데 흔들기'를 주도한 문제의 당사자여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문 역할을 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함께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프로젝트L'이라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민유성 전 행장이 벌인 '자문료 소송'을 통해 내용이 상세히 공개됐다. 민유성 전 행장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흔들기 위해 롯데의 경영비리 정보를 검찰 등에 전달, 국민적 공분을 이끌어내 경영권 분쟁을 합리화하려 했다. 또 이를 통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호텔롯데 상장을 방해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탄원서, 편지 등을 통해 화해 제스처를 보낼 때마다 롯데그룹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것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 흔들기'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에 걸쳐 신동빈 회장, 롯데 임직원을 대상으로 10여 건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대법원에는 '선처해달라'고 하면서 다른 재판을 통해 '신동빈을 벌해달라'고 하는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진정 화해할 마음이 있었다면 신동빈 회장과 임직원, 롯데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먼저 철회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롯데 내부의 견지다.

이렇듯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정성'을 먼저 의심하게 된 것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탓이 크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설날 편지' 외에도 지난해 신동빈 회장에게 보낸 '편지'를 올해 초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화해를 제안하는 친필 편지'라고 포장된 이 편지에는 "자신이 일본 롯데를 맡겠다"는 '화해의 기본 방침'이 중점적으로 적혔다. 악수하기 위해 내민 손이 먼저 상대 주머니를 향했다는 평가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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