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동일인(총수)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위부터)을 지정하면서 재계 '세대교체'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 DB |
공정위, 15일 동일인 지정 발표…LG·한진·두산 동시 교체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15일 발표한 '2019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세대교체'다. 드물게 발생했던 동일인(총수) 변경이 올해 3개 기업에서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상은 재계 서열 4위 LG그룹과 13위 한진그룹, 15위 두산그룹이다. 구광모(41) LG그룹 회장, 조원태(43)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57) 두산그룹 회장이 각각 구본무 회장, 조양호 회장, 박용곤 명예회장을 대신에 총수 반열에 올랐다.
변경 사유는 3개 기업 모두 기존 총수의 사망이다. 공정위 발표에 앞서 LG그룹과 두산그룹은 동일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했고, 갑작스러운 공백으로 총수 결정을 하지 못한 한진그룹은 공정위가 직권으로 총수를 지정했다.
재계는 이날 공정위 발표를 통해 그룹 3세(조원태) 또는 4세(구광모·박정원)가 정부 공인 새내기 총수로 올라서자 재계 '세대교체'가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정위 역시 이를 공식화했다. 공정위가 1987년 총수 지정을 시작한 이후 4세대 총수가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지정 이후 '물갈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변화가 컸기에 더 그렇다. 공정위는 지난해 재계 1위 삼성과 5위 롯데의 동일인을 이건희(77) 회장, 신격호(96) 명예회장에서 3세대 이재용 부회장(50), 2세대 신동빈 회장(64)으로 바꿨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에 대한 총수 지정은 재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번 구광모, 조원태, 박정원 회장의 부상은 이러한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세대교체'는 이제 시작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정위도 이날 동일인 변경 내용을 공개하면서 "세대변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마침표가 찍힌 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추가 변동이 예상되는 기업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향후 동일인 지정이 예상되는 인물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있다. /더팩트 DB |
현대차의 경우 올해 공정위가 직권으로 동일인을 변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동일인인 정몽구(81) 회장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정몽구 회장의 정상적 경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의선(48)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변경되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몽구 회장이 워낙 고령인 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해부터 사실상 그룹을 이끌며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동일인이 경영 퇴진을 외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코오롱그룹도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일단 공정위는 박삼구(74)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이웅렬(63)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최대주주로 여전히 그룹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봤다.
효성그룹은 조석래(83) 명예회장에서 조현준(51) 회장으로 동일인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조석래 명예회장은 퇴진했으며,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17년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 그룹 경영을 맡고 있다.
대림그룹도 마찬가지로 3세인 이해욱(51) 대림산업 회장이 이준용(80) 명예회장 대신 내년쯤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 7위 한화그룹은 김승연(67) 회장이 굳건하지만, 3세대인 3명의 아들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외 올해 자산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만 놓고 보더라도 허창수 GS그룹 회장(70), 이명희(75) 신세계그룹 회장, 이중근(78) 부영그룹 회장 등이 만으로 70살이 넘는 등 기존 동일인이 고령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히려 내년이 동일인 변화 폭이 가장 클 수 있다"며 "몇 년 지나고 보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는 3~4세대 경영인이 더욱 늘어나 재계가 한층 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