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도약 발판上] 6번째 초대형 IB 탄생 '신호탄'…錢의 전쟁 서막
  • 지예은 기자
  • 입력: 2019.05.14 06:00 / 수정: 2019.05.14 09:57
신한금융투자가 증자를 통해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 합류를 알리면서 대형 증권사 간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예은 기자
신한금융투자가 증자를 통해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 합류를 알리면서 대형 증권사 간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예은 기자

신한금투, 증자 결정…메리츠종금·하나금투 행보 주목[더팩트ㅣ지예은 기자] 치열해져 가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생존을 위한 증권사 간 '쩐(錢)의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 합류를 예고한 가운데, 대형 증권사인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증자에 나서 초대형 IB로 거듭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6600억 원 규모의 출자 승인을 결의했다. 출자가 마무리되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자기자본 3조4259억 원에서 초대형 IB의 조건인 4조 원을 넘게 된다.

초대형 IB로 지정을 받으면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진출도 가능해진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레버리지 규제를 받지 않고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돼 유동성 확보를 통한 효과적인 성장기반도 확대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대한민국 리딩금융그룹이라는 그룹의 위상에 걸맞게 신한금투를 최고의 자본시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초대형 IB로 키우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신한금융투자가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과정을 통해 올해 하반기 중으로 모든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는 앞서 지난 3월 열린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증자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연내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며 "증권사는 중개뿐 아니라 투자와 모험자본 공급의 역할도 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대형 IB로 가야 한다"며 증자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이로써 신한금융투자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6번째 초대형 IB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이와 함께 자기자본 3조 원대인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초대형 IB 인가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두 증권사는 고삐를 죄는 대신 내실다지기를 통해 단계적으로 몸집을 불려나갈 계획이다.

자기자본 3조3915억 원의 메리츠종금증권은 유상증자를 통한 초대형 IB 진입보다는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자본금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IB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둬 지난 1분기 1413억 원의 분기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증자나 다른 방법을 통해 자기자본을 인위적으로 늘릴 계획이 없다"면서 "현재로서 신용공여 등 생산적 분야로 자본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만큼 발행어음 사업을 해도 회사가 특별히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기에 특별히 자기자본 4조 원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주요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초대형 IB가 아닌 금융투자회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본금 확충에 대한 계획은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지난해 총 1조2000억 원의 대규모 출자를 진행한 만큼 올해 추가로 증자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2000억 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초대형 IB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올해 안에 초대형 IB 진입을 추진하겠다고 딱 못 박아 이야기하는 어려울 듯싶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증자로 자본 규모가 3조 원을 넘긴지 반년도 안된 상태에서 또 증자를 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메리츠종금증권(왼쪽)과 하나금융투자 관계자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 원대의 두 증권사 역시 초대형 IB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당장 고삐를 죄는 작업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다. /더팩트 DB
14일 메리츠종금증권(왼쪽)과 하나금융투자 관계자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 원대의 두 증권사 역시 초대형 IB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당장 고삐를 죄는 작업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다. /더팩트 DB

하나금융투자는 먼저 주력 사업인 자산관리(WM), IB,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외형 확대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종투사 신청을 이제 막 한 만큼 새롭게 시작할 사업 등에도 진출 기회를 모색하며 향후 초대형 IB로 진출할 계획이다.

한편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자기자본을 대폭 늘리려는 것은 덩치를 불려 초대형 IB로서 신청할 수 있는 사업과 다각화된 분야에 사업 규모를 키워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발행어음 사업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 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실적도 월등히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발행어음 사업을 위해서라도 초대형 IB 인가를 서둘러 신청할 것"이라며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도 초대형 IB 대열에 오르면 발행어음과 타 사업에 있어서 물론 경쟁은 치열해지겠지만 그만큼 시장 또한 확대되면서 같이 커나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 성장이 끝나거나 정체된 게 아니다 보니 큰 증권사들이 같이 커나가고 경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초대형 IB가 더 늘어난다고 해서 기존의 대형사들이 크게 위협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시장이 커지면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도 좋다"고 고백했다.

j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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