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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발달장애인이 정규직'…대웅제약 사내매점 베어마트
입력: 2019.05.12 06:00 / 수정: 2019.05.12 12:09
대웅제약은 고용시장에서 가장 소외된 발달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서울 삼성동 본사 지하1층에 사내매점 베어마트를 설립했다. 베어마트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엄영섭(사진)씨는 꿈을 실현할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삼성동=정소양 기자
대웅제약은 고용시장에서 가장 소외된 발달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서울 삼성동 본사 지하1층에 사내매점 '베어마트'를 설립했다. 베어마트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엄영섭(사진)씨는 "꿈을 실현할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삼성동=정소양 기자

베어마트, 발달장애인 직원 배려해 통로 넓히고 휴게공간 확보

[더팩트ㅣ강남구=정소양 기자] "기존에 하던 일과 조금은 다르지만 다른 분들의 배려로 일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어요."

지난달 23일 개점한 베어마트에서 근무 중인 엄영섭(31)씨는 8일 만에 업무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더팩트> 취재진은 3일과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본사 지하 1층에 있는 사내매점 '베어마트'에 연이어 방문했다. 국내 1호 장애인 고용형 매점인 베어마트는 발달장애인 고용과 직원복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대웅제약 사내매점이다. 대웅제약은 고용 시장에서 가장 소외된 발달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베어마트'를 설립했다. POS(판매관리)와 상품발주 등 매점 운영시스템은 이마트24의 표준 솔루션을 활용한다.

베어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66㎡(20평)의 속에서도 넓직히 활용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편의점보다 매대와 매대 사이가 넓게 구성되어 있다. 오성은 총무팀 팀장은 "보통은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제품을 진열하려하지만 이 곳은 그렇지 않다"며 "직원들을 배려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 뒷편에 마련된 휴게공간 역시 다른 편의점에 비해 넓게 만들어졌다.

엄영섭 씨는 베어마트에서 매점 내에서 부족한 물품을 창고에서 찾아 진열하고 고객님들이 찾는 물품이 있을 때,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엄 씨는 능숙한 솜씨로 빠르고 정확하게 유제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엄 씨는 유제품을 진열하면서 유통기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정소양 기자
엄 씨는 유제품을 진열하면서 유통기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정소양 기자

경기도 광명시에 살고 있는 엄영섭 씨는 집에서 베어마트까지 출근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엄 씨는 "예전부터 물류, 유통업을 꿈꿔왔지만 일을 시작할 기회를 찾지 못하던 중에 베어베터 매니저님을 통해 소개를 받고 한달 간 훈련을 받고 지원할 수 있었다"며 "꿈을 실현할 기회가 주어져 너무나도 기뻤다. 저를 믿고 채용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베어베터는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엄영섭 씨는 "하루에 4시간 씩 일하고 있다"며 "주변의 배려 덕분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통의 기본에 대한 지식과 고객들을 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등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베어마트를 누구나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내매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취재진에게 밝은 모습으로 대했다.

엄영섭 씨를 포함해 베어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직원 6명과 발달장애 직무전문가 2명은 모두 대웅제약 총무팀 소속 정직원이다. 이들은 4명이 한 팀을 이뤄 하루 4시간씩 3교대로 근무한다. 대웅제약은 이달 안에 6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21만 명 안팎의 발달 장애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지적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은 고용시장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장애인 가운데도 고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할 때 신체가 부자연스러운 경증 장애인을 택하고 발달장애인은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으며, 더욱이 이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거의 드물다.

베어마트는 일반적인 편의점보다 매대와 매대 사이 폭이 넓다. 움직임이 불편한 발달장애인 직원을 배려한 대웅제약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정소양 기자
베어마트는 일반적인 편의점보다 매대와 매대 사이 폭이 넓다. 움직임이 불편한 발달장애인 직원을 배려한 대웅제약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정소양 기자

대웅제약은 발상의 전환으로 이러한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어마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주로 진열대 정리, 창고 재고품 확인 등과 같은 단순 업무를 맡고 있다. 대웅제약이 장애인 고용을 꾀하며 사내매점을 선택한 이유 역시 매장 업무의 80~90%가 진열대 정리, 유통 기한 점검, 창고 재고품 확인과 같이 단순 업무이기 때문이다.

함보름 인사팀장은 "대웅제약은 지속적으로 장애인 채용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채용 진행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채용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적 기업인 '베어베터'를 통해 사내마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함 팀장은 "베어마트를 통한 발달장애인 고용이 장애인 채용과 직원복지 두 가지 부분에서 모두 긍정적이라고 판단하여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 임직원들 역시 베어마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성은 팀장은 "하루 평균 200~230명 가량이 베어마트를 이용하고 있는데 불편함을 찾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인터뷰 등을 진행하기 위해 비교적 한가하다는 오후 3시~4시에 찾았지만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마트를 방문하는 임직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하 1층에 위치한 베어마트는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들어가야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3일 오후 3시 지하 1층 임직원 휴게공간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정소양 기자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하 1층에 위치한 베어마트는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들어가야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3일 오후 3시 지하 1층 임직원 휴게공간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정소양 기자

많은 임직원들이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다. 사내매점인 베어마트에서 임직원들은 20%의 할인된 가격으로 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통신사 추가 할인, 1+1 추가할인 등까지 적용 가능해 마트와 비슷한 혹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가 마진을 남기지 않고 팔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오성은 팀장은 "베어마트는 사외로 나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간식이나 음료를 마시고 재충전 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휴게 공간 역할도 해 줘 매우 만족스럽다"며 "또한 장애사원들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소외계층과 상생하려는 회사의 모습을 보면서 직원으로서 자긍심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웅제약은 발달장애인 고용형 사내매점 설립을 시작으로 그룹사 전체에 장애인 채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올해까지 그룹 내 장애인 고용률을 정부가 정한 수준(2019년 기준 상시근로자의 3.1%) 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올해 초부터 각 본부별로 장애인 적합 직무를 찾아 분석해 지난달 15일 장애인 채용공고를 오픈하며 본격 채용에 나서고 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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