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삼성 죽이기'의 일환이자 권력 남용의 사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팩트 DB |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장장 전 기업 가치, 객관적 평가 불가능"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사정 당국의 수사와 관련해 "상장 전 기업 가치는 객관적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9일 페이스북에 '삼성바이오 수사와 컴퓨터 서버 은닉을 보는 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삼성바이오 사태는 정부가 입장을 두 번이나 바꾼 어이없는 '삼성 죽이기'의 일환이며 권력 남용의 사례"라며 검찰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단독지배의 자회사에서 공동지배의 투자회사로 회계 변경 한 것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 변화가 특정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표적 수사로 변질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에피스를 설립한 이후 연결 해당 자회사를 종속회사로 유지해 왔다. 이후 2015년 말 합작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을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 하는 회계적 상황이 발생, 지분법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가 내린 해석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에 대해 이전 정부의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삼정, 삼일, 안진 등 3곳의 대형 회계법인은 모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금감원은 지난 2015년 지분법 전환 회계 처리에 관해 '지분법 평가로 기준을 변경한 것은 잘못이다'며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후 진행된 재감리에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불법적 분식 회계'라고 못을 박았다.
이 교수는 금감원의 해석에 대해 "현 정부는 재심의 이후 어이없게도 자신들의 일차 판단을 뒤집어서 지난 2012년의 단독지배 자회사로 판단한 것부터가 불펍이라고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상장 전 기업의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애초 형법상 유무죄를 가늠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삼성바이오 측의 서버 은닉 논란과 관련해 "검찰과 언론은 삼성바이오 서버 은닉이 압수수색 기간의 일인지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신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병태 교수 페이수북 캡처 |
이 교수는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쿠팡의 기업가치를 90억 불(10조 원)이라고 판단한 데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객관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미래 가치이기 때문이다"며 "그래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 자체가 엉터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검찰이 삼성바이오 인천 공장을 압수수색 한 배경에 관해서도 꼬집었다. 검찰은 지난 7일 인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에 있는 삼성바이오 공장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공장 마룻바닥 밑에 숨겨져 있던 서버와 노트북 등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불법 정황을 숨기기 위해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교수는 "상장되기 전의 기업 가치는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식회계의 객관적 증거는 애초에 찾을 수가 없는 사안이다"며 "분식회계를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검찰에서 '증거은닉이 분식회계의 정황증거'라는 논리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은 지은 죄가 없는데 왜 서버를 숨겼냐고 할 수 있지만, 이는 기업 경영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며 "기업에 일방적 비난을 하기 전에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 권력이 얼마나 직권 남용과 별건 수사 등을 통해 기업을 들볶아 왔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압수수색 기관에 이 같은 행위를 하면 증거인멸의 범죄지만, 압수수색 기간이 아닐 때 이 같은 행위는 기업과 개인의 합법적 자위권이다"며 "검찰과 언론은 삼성바이오 서버 은닉이 압수수색 기간의 일인지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하고, 아닌 경우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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