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충돌' LG화학vsSK이노베이션, 2차전은 여론전?…감정싸움 격화
  • 이한림 기자
  • 입력: 2019.05.08 13:33 / 수정: 2019.05.08 13:33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유출로 미국 ITC에 제소하며 시작된 양 사의 공방전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더팩트 DB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유출로 미국 ITC에 제소하며 시작된 양 사의 공방전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더팩트 DB

SK이노베이션, 법적 대응 불사 의지 밝혀…국내 소송전 가능성도[더팩트 | 이한림 기자]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 미국 법인 제소로 비롯된 양 사의 갈등이 여론전까지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주장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을 두 차례씩 이어가는 와중에 상대를 간접적으로 비방하는 표현도 서슴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골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자사에 대한 명예훼손 여지를 지속할 경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SK이노베이션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강력하고 엄중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다"며 LG화학의 미국 제소와 별도로 법적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양 사 충돌의 도화선은 LG화학이 지난달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인 SK 베터리 아메리카가 있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따른다.

이날 LG화학은 2017년부터 2년 간 총 76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건너갔고 이 기간부터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량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인력들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이었으며 채용과정에서 영업비밀 유출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인력 유출과 SK이노베이션의 성장을 때놓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공교롭게도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2016년 말 30GWh에서 올해 1분기 430GWh로 2년 여만에 11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미국 제소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주장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LG화학에서 이직한 직원들은 공개채용을 통한 정당한 절차로 채용됐고 이들을 사전에 접촉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수주 잔고 성장에 대해서도 1996년부터 25년 간 조 단위 이상을 투자해 이뤄낸 성과라는 입장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핵심인력을 빼앗겼다고 표현한 LG화학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는 언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모든 경력직원의 이직 사유는 SK의 우수한 기업문화와 회사와 본인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해당하며 경쟁사에서 온 직원들도 모두 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이 3일 LG화학의 두 차례 반박에 대해 재반박하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LG화학의 미국 제소와 별도로 국내 소송전으로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더팩트 DB
SK이노베이션이 3일 LG화학의 두 차례 반박에 대해 재반박하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LG화학의 미국 제소와 별도로 국내 소송전으로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더팩트 DB

그러나 양 사의 입장 대결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LG화학은 이달 2일 두 번째 입장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LG화학은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하는 일이다"며 "후발업체가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이 법적 조치를 포함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 사의 공방전이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모습을 두고 올해 1분기 적자를 낸 배터리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송전에 돌입하면 소송 비용과 별도로 향후 배터리 수주 경쟁, 공장 증설 계획 등이 지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사안은 ITC가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오는 2020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서 올해 1분기 각각 1479억 원, 86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모두 올해를 실적 턴어라운드의 해로 삼을 만큼 중요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양 사의 갈등이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며 장기화될 경우 소송 비용과 더불어 소송 결과에 따른 생산 제한 및 배상 가능성도 고려해야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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